버넘, 英총리 오늘 공식 취임…“국민 숨통 틔울 것”

10년새 7번째 총리 ‘초고속·무혈 입성’
재무부부터 메스, 親기업·지방분권 승부
트럼프 “북해유전 개발 英 부국 될것”


[EPA]


영국 집권 노동당의 앤디 버넘(사진) 대표가 20일(현지시간) 제59대 영국 총리로 공식 취임한다. 노동당 대표로 선출된 지 사흘 만에 총리직에 오르는 초고속 승진이다.

버넘 대표는 지난 17일 노동당 특별 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며 차기 총리로 확정됐다. 영국은 의원내각제 국가로, 총선 없이도 의회 다수당 대표가 교체되면 총리도 함께 바뀐다.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날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에게 사임을 공식 보고하고, 국왕이 버넘 대표에게 정부 구성을 요청하면 총리 취임 절차가 마무리된다. 버넘 총리는 이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첫 취임 연설을 통해 새 정부의 국정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미리 공개된 연설문 요약본에 따르면 버넘 총리는 “지난 10년 동안 영국에는 여섯 명의 총리가 있었다”며 정치 불안정이 이어진 현실을 짚고, “이제는 책임감 있고 안정적인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할 계획이다.

이어 “지금은 반성과 결의의 시간”이라며 영국이 직면한 경제와 사회적 어려움을 인정하는 동시에 “효율적인 정부로 세계의 신뢰를 얻고 국민의 숨통을 틔울 수 있도록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만들겠다”고 밝힐 예정이다.

버넘은 스타머 총리에 이어 2024년 총선 승리로 출범한 노동당 정부의 두 번째 총리가 된다. 노동당 총리로는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스타머에 이어 21세기 들어 네 번째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로는 10년 사이 일곱 번째 총리다.

버넘은 스타머 사퇴 압박이 커지던 지난달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국회에 입성한 데 이어 당 대표 경선에도 단독 출마해 대표와 총리직을 모두 거머쥐었다. 2007년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사임 이후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총선이나 당내 경쟁 없이 총리직을 승계했던 사례와 비슷한 방식이다.

‘북부의 왕(King of the North)’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버넘은 맨체스터 광역시장을 지내며 지방분권과 대중교통 개혁을 이끈 정치인이다. 그는 총리 취임 후에도 맨체스터에 ‘제2 총리실’을 설치하고 지방 권한을 확대하는 한편, 주택·수도·교통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공공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버넘 총리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재무부부터 손볼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은 재무부가 막강한 예산 통제권을 바탕으로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등 내각의 다른 부처들까지 사실상 통제해 마찰 빚어왔다”며 “내각에 재무부의 권한 일부를 분할하고 재무부를 견제하는 경제 및 금융팀을 총리 직속 기관으로 신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총리가 재무부를 통하지 않고 성과와 지출 결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버넘 총리는 스타머 내각에서 내무부장관이었던 샤바나 마흐무드를 재무부 장관으로 임명할 예정이다.

동시에 기업 친화적인 정책 기조도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버넘 새 내각은 저성장과 높은 생활비 부담, 재정 압박, 공공서비스 개혁, 정치 양극화 등 영국이 안고 있는 복합적인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버넘의 총리 공식 취임을 앞두고 영국의 북해 유전 개발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선제적인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영국의 새 총리인 앤디 버넘이 엄청난 가치를 지닌 북해 유전을 완전히 개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이 때문에 북해 유전 개발의 중심지인 스코틀랜드 애버딘 시 주빈들이 거리로 나와 춤을 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해 유전을 지구상 가장 거대한 양질의 석유 공급원 중 하나로 치켜세웠다. 그는 이곳에 수백 년간 사용할 수 있는 매장량은 물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자원도 풍부하다며 “유전 개발이 영국을 빈곤에 시달리는 재앙 같은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