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공급망 불안…국제유가 급등
美 “이란협조 관계없이 석유운송 보장”
해상안보중심 장기군사작전 전환 신호
트럼프 “대러제재 법안에 이란도 추가”
민주 “전쟁 장기화, 끝없는 재앙”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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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소재 앤드류스 공군 기지에 도착해 전용 헬기 ‘마린원’에 오르기 전 승무원의 경례를 받고 있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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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충돌 격화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전쟁의 목표를 외교적 합의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송로 확보로 전환했음을 공식화했다. 이란과의 조기 협상보다 세계 원유 공급망 안정을 우선하겠다는 의미로, 미국의 중동 군사 개입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동부시간 오후 6시2분 기준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9월 인도분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3.12% 오른 배럴당 90.85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6월11일 이후 처음이다. 같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3.10% 상승한 배럴당 85.05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응해 공습을 이어가고, 이란도 중동 내 미군 기지를 보복 타격하면서 양국의 휴전 합의는 사실상 무너졌다. 시장에서는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세계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에너지 수송을 보장하는 것을 새로운 전쟁 목표로 제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ABC방송 ‘디스 위크’에 출연해 “이란과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잠시 작전을 중단하고 이란이 공격 없이 석유를 운송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이란은 이에 응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보여줬고, 우리는 전략을 바꿨다”며 “이제는 이란의 협조 여부와 관계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와 가스, 다른 제품들이 원활하게 운송되도록 보장하는 동시에 이란의 공격 능력을 계속 약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트 장관의 발언은 미국이 이번 전쟁의 성공 기준 자체를 바꿨음을 시사한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의 외교적 합의와 핵 문제 해결을 우선 과제로 제시해왔지만, 이제는 협상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을 유지하는 데 무게를 두겠다는 것이다. 협상이 아닌 에너지 공급망 보호가 미국의 새로운 전략 목표로 공식화된 셈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중요성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가 세계 시장으로 향하는 핵심 통로다. 해협이 봉쇄되거나 통항이 제한되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은 물론 국제 금융시장과 원자재 시장에도 즉각적인 충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미국의 군사작전도 이란 본토를 겨냥한 공습 중심에서 해상 통제와 항행 보호 중심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졌다. 유조선 호위와 기뢰 제거, 드론·미사일 방어, 혁명수비대 고속정 대응 등이 장기 임무가 될 수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 여부가 향후 작전 성과를 가늠하는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이란의 협조 없이도 운송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호르무즈 해협을 더 이상 협상의 대상이 아닌 군사적으로 관리해야 할 전략 자산으로 규정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는 이란이 호르무즈 봉쇄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여지를 줄이는 동시에 미국에는 중동 지역에서 장기간 군사력을 유지할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목표였던 정권 교체와 이란 핵·미사일 능력 제거에 실패한 채 전쟁만 장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크 워너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번 분쟁을 “선택에 의한 전쟁”이라고 규정하며 “끝없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쟁 장기화로 미군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지난 17일 요르단에서 미군 2명이 숨진 데 이어 18일 이라크 북부에서 이란 드론 불발탄을 처리하던 미군 1명이 추가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장병들의 희생은 우리의 결의를 더욱 굳건하게 할 뿐”이라며 군사 작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대이란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의회에 계류 중인 러시아 제재 법안에 이란을 포함하라고 공화당에 요구하며 “공화당은 러시아 제재 법안에 이란을 추가해야 한다. 린지 그레이엄이 원했던 일이고 그렇게 될 예정이었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가 현실화하면 제재 해제를 포함한 미국과 이란의 지난 6월 종전 양해각서의 효력이 더욱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에너지 수송로 확보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과 국제유가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서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