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미군기지·동맹국 담수화 시설 공격 ‘맞불’
이란전 미군사망 누계 17명…1명 추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내 선박을 공격하고, 미국이 이에 대해 “응징”(punishment)하면서 시작된 교전이 미군 사망이라는 ‘기폭제’를 맞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이란이 핵 무기를 갖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 기조를 재확인했다. 미국이 이란의 교량과 철도, 원전 부지 등 민간 인프라까지 공습 대상을 확대한 가운데,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란을 벗어났다는 관측도 나와 전면전 가능성을 더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요르단에서 미군 사망에 대해 “매우 슬픈 일”이라며 “그들의 희생은 조국을 위한 봉사였다”고 애도를 표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미군 사망은 지난 17일 요르단 아즈라크에 있는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에서 발생했다. 이란은 탄도미사일과 드론으로 해당 기지를 공격했고, 이에 근무중인 미군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미 중부사령부는 19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철저한 수색 끝에, 미군 병력이 오늘 일찍 해당 위치에서 신원 미상의 유해를 발견했다”며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감식 절차가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실종된 1명의 유해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휴전 이후 첫 미군 사망자이자, 이란의 직접 공격에 의해 미군이 사망한 첫 사례다. 이튿날인 지난 18일에도 미군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라크 북부 지역에서 이란의 드론 불발탄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미군 1명이 사망한 것이다.
올해 이란 전쟁을 통틀어 13명에 그쳤던 미군 사망자가 이틀 새 3명이나 늘었고, 1명(감식 중)이 더 늘어날 수 있다. 감식 중인 1명이 실종 처리됐던 미군으로 확인되면 지난 2월 28일 개시한 이란 전쟁에서 미군 사망자는 총 18명이 된다.
미군 사망을 계기로 양국의 교전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이란을 빠져나갔다는 보도까지 나와, 전면전 전망에 더 힘을 싣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인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이날 자국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하메네이가 이미 이란을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전면전 재개시 신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미국의 공격 범위가 공습 재개 초기보다 확연히 넓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란 국영TV 보도 등을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 초기 이란 남부와 서부 5개주(州)를 대상으로 했던 미국의 공습이 지난 18일 기준으로는 14개주의 31개 지역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초기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상선에 대한 이란의 공격 능력을 저하시키는데 목표를 두고, 페르시아만 인근 등 이란 해안 지역 군사 시설을 집중 타격했지만, 지난 16일부터는 민간 인프라까지 대상이 넓어졌다. 16일에는 이란샤르공항과 반다르아바스 지역의 철도,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교량 두 곳이 미군의 공격을 받았다.
이란은 19일 남서부 다르코빈에 짓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 현장도 미국의 공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란원자력청(AEOI)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국제적 세이프가드가 적용되는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 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 시설은 건설 초기 단계로, IAEA가 마지막으로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어떤 핵물질도 보관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원전 부지가 실제로 타격을 입었더라도 방사선 누출 등의 위험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모든 원전 시설 주변에 대한 군사행동 자제를 촉구했다. 이란 보건부는 지난달 27일 양국의 교전 재개 이후 지난 18일까지 자국 사망자가 50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이란도 미군의 공세에 맞서 공습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중동 지역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하던 것에서 벗어나 담수화 시설 등 핵심 민간 인프라까지 공격하고 있다. 휴전 이후 이란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 등 사실상 중동 전역을 대상으로 공격 범위를 확장했다.
양국이 응징과 보복, 재보복으로 공세를 이어가면서 사실상 휴전은 무너졌고, 전면전 돌입은 초읽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MOU의 나머지도 모두 허물어졌다”면서 “미·이란이 더 큰 전쟁에 한층 가까워졌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확전 준비에 돌입했다는 전언도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리는 워싱턴포스트(WP)에 “미국은 더 큰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며 중동 지역으로 군용기 배치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NYT도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영국과 독일의 F-35·F-16 전투기가 이스라엘로 전진 배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양국이 민간 인프라까지 공습 대상으로 삼은 상황에서, 양국이 확전을 선택하면 발전소를 비롯해 담수화 시설 등 핵심 민간 인프라까지 전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또 다른 보복을 불러와 확전의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게 국제 사회의 우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제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면서 “확전의 악순환을 촉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AP통신은 “전면전으로의 복귀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미국과 이란이 서로 “상대방의 레드라인을 넘고 있다”고 짚었다.
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