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기업 현금지원성 보완 필요
직접환급·제3자 양도 추후 과제
中 전방위 지원·저가 공세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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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내 생산량에 따라 세금을 깎아주는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도입을 공식화한 가운데 적자기업도 공제액을 현금화할 수 있는 직접환급이나 제3자 양도 방안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에 집중됐던 세제 지원을 실제 생산 단계까지 넓힌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적자기업의 경우 당장 공제받을 법인세가 없어 혜택을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일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경제안보와 녹색전환 측면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품목을 국내에서 생산·판매하면 생산량에 따라 법인세와 소득세를 깎아주는 국내생산세액공제를 신설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대상 품목과 공제 단가, 결손기업 지원 방식은 이달 말 발표될 세법개정안에서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생산세액공제는 국내에서 생산·판매한 물량에 품목별 단가를 곱해 산출한 금액을 법인세나 소득세에서 빼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국내 생산을 통해 100억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확보했다고 가정하면 납부해야 할 법인세가 150억원인 기업은 실제 세금을 50억원만 내면 된다.
그러나 적자로 납부할 법인세가 없는 기업은 같은 100억원의 공제액이 발생하더라도 당장 사용할 수 없다. 미사용 공제액을 향후로 넘기는 이월공제가 허용되더라도, 흑자로 전환할 때까지는 실제 자금 지원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때문에 전기차가 지원 대상에 포함되면 국내 전기차 생산시설과 판매 기반을 갖춘 데다 완성차 사업에서 이익을 내고 있는 현대차·기아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대규모 선행투자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배터리 기업은 직접환급 등 별도의 현금화 장치가 마련돼야 실질적인 지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생산세액공제 대상에 배터리가 포함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적자가 이어지는 기업들은 당장 공제받을 법인세가 없어 혜택을 활용하기 어렵다”며 “이익이 나지 않는 동안 공제액만 계속 쌓이는 만큼 직접환급이나 제3자 양도, 보조금 등 실질적인 현금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는 미국 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45X)처럼 생산량에 따라 발생한 세액공제를 적자기업도 현금화할 수 있게 해달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 AMPC는 배터리 셀과 모듈, 전극활물질, 핵심광물 등 적격 제품을 생산·판매하면 생산량이나 생산비를 기준으로 공제액을 산정한다.
특히, 미국은 기업이 납부할 세금이 없어도 공제액을 현금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선택적 지급’, 이른바 다이렉트 페이를 허용하고 있다. 공제액을 세금을 미리 낸 것으로 간주해 납부할 세금을 초과한 부분을 환급해주는 방식이다.
기존 투자세액공제와 생산보조금의 중복 적용 여부도 관심사다. 투자와 생산은 각각 공장 건설과 가동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정책 목적이 다른 만큼 일정 부분 중복 적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요구다.
업계가 직접환급 필요성을 제기하는 배경에는 중국과의 보조금 경쟁도 자리 잡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 지원 아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며 전기차뿐만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전방위 지원을 토대로 빠르게 규모를 키운 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넓히고 있다”며 “국내 기업이 자구 노력만으로 이를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생산세액공제가 실제 현금 지원 효과로 이어지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우선 국내생산세액공제부터 시행한 뒤 직접환급과 제3자 양도 등 적자기업 지원 방안을 단계적으로 보완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생산실적에 따라 얼마의 공제액이 발생하는지 먼저 확인한 뒤 환급이나 양도제도의 규모를 설계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직접환급이나 현금 보조금 방식이 도입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환급은 납부할 세금이 없는 기업에도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인 만큼 기존 법인세 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정부 내 신중론이 강한 데다 세수 감소와 재정 부담도 넘어야 할 문턱으로 꼽힌다. 정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