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아웃 우려…이번주 빅테크 실적 관건

22일부터 알파벳·MS·메타 실적 발표
삼전닉스·마이크론 등 변동성 확대
하이닉스 전고점 대비 낙폭 -43.82%
실적 수치보다 자본지출 증가율 관건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고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 관심은 향후 반도체 종목의 주가 추이에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이들 종목의 주가 향방이 코스피 전체를 좌우할 변수이기 때문이다.

투자업계는 오는 22일부터 이어지는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실적 발표가 향후 주가 향방을 가를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인공지능(AI) 자본지출 가이던스 추가 상향 여부 등에 따라 반도체 주가 반등 실마리가 잡힐 것이란 이유에서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 거래일까지 SK하이닉스의 전고점 대비 최대 낙폭(MDD)은 -43.82%로,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 고점 부근에서 매수했거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했다면 손실 폭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MDD 역시 -34%를 기록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종목으로 묶인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이달 들어 18.06% 급락했다. 고점 대비로는 20% 넘게 빠지며, AI와 반도체 업종이 약세장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해외 주요 반도체 기업의 낙폭 역시 컸다. 일본 키옥시아홀딩스는 53.76% 하락해 주요 업체 가운데 가장 크게 밀렸다. AI 반도체 투자 회의론에 더해, 미국에서 특허권 침해 소송에 패소, 2억2900만달러(약 3400억원)의 배상 명령을 받았다는 소식이 겹친 결과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35.93%), 엔비디아(-19.75%), TSMC(-19.41%) 역시 전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실적과 주가가 별개로 움직이는 점도 주목된다. TSMC는 올해 2분기(4~6월)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사상 최대 분기 순이익을 발표했지만, 실적 발표 직후인 지난 17일(현지시간) 주가는 오히려 2.77% 급락했다. 네덜란드의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 ASML 역시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최근 2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재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 데다가, 국제 유가 급등, 금리 인상 우려, 반도체 피크아웃 공포 등이 겹치며 실적 호조를 무색하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가 주목하는 핵심 변수는 22일부터 시작되는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실적 발표다. 알파벳(22일)을 시작으로 마이크로소프트·메타(29일), 아마존(30일)이 잇따라 성적표를 공개한다. 시장은 실적 자체보다 AI 투자 확대 의지를 보여주는 자본지출(CAPEX) 계획에 주목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이들 4개사의 CAPEX 증가율이 올해 1분기 80%에서 2분기 83%, 3분기에는 92%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선 여전히 AI 인프라 투자 수요가 견조하다고 본다. 구글은 최근 보고서에서 에이전틱 AI 확산으로 추론(Inference) 수요가 학습(Training) 수요를 넘어섰으며, 기업 대부분이 기존 AI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메타의 AI 인프라 사업 확대와 스페이스X의 AI 컴퓨팅 임대 사업 등도 투자 사이클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꼽힌다.

실적 발표에 뒤따를 가이던스도 국내 반도체주의 향방을 좌우할 전망이다. 하나증권 분석에 따르면 알파벳이 매출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을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개월 평균 주가 수익률은 각각 11%, 17%였던 반면,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을 때는 각각 2%, -3%에 그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부터 시작하는 AI 업체의 실적 시즌은 AI 수요의 지속성과 반도체주의 디레버리징(차입 상환·축소) 및 디레이팅(저평가) 국면 탈출 여부를 동시에 점검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윤·홍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