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에 네거티브 규제 도입해야”

류진 한경협 회장 제주하계포럼
신기술 등으로 범위 특정하면 얼마든지 가능
풍산 방산사업 매각안해, 안동에 호텔 건설
방산서 얻은 이익, 지방 서비스업에 투자할 것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류진(사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규제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 과거 잣대로 미래를 제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지난 17일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에서 열린 ‘2026 한경협 경영자 제주하계포럼’ 셋째 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식 네거티브 규제시스템을 전면 도입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신기술, 신산업, 특별구역 등으로 범위를 특정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구글을 비롯해 애플, 메타, 엔비디아, 테슬라 등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안 되는 것 빼고는 다 되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에서 성장했다”고 짚으며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 프로젝트’ 역시 제도와 인프라를 잘 챙겨서 큰 결실을 거두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국내 산업 구조와 성장방식의 대전환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그 일환으로 서비스 산업의 발전 방안을 내놨다. 류 회장은 이와 관련 “풍산그룹의 방산 사업은 팔지 않기로 했다. 거기서 얻은 이익을 지방 발전을 위해 쓸 예정”이라며 “고향인 경북 안동에 골프장과 호텔, 요양원을 지어 서비스업을 신사업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고용의 70%를 책임지는 서비스업은 빠져 있다”고 지적하며 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표 방산업체 풍산그룹을 이끌고 있는 류 회장은 안동에 골프장 건설을 결심한 배경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서비스 산업 육성을 꼽았다. 안동은 류 회장의 고향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하다.

류 회장은 “선친(류찬우 선대회장)이 일찍 돌아가시면서 고향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을 다 못하셨다. 항상 (안동에 대한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며 “2년 전 산불로 안동이 특별재난지역이 되자 고향을 위해 뭔가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이 지방으로 많이 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골프장을 떠올렸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골프장을 (안동에) 짓는 것을 구상 중”이라며 “땅 매입과 허가 등을 거치면 3~4년 걸릴 텐데 안동시장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재선해서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류 회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도 한경협이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뉴K-인더스트리’ 전략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산업 대전환의 일환으로 서비스를 글로벌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K팝·K콘텐츠·K푸드부터 뷰티·반도체·조선·방산까지 K산업 위상이 높지만 몇 군데에 편중됐다”며 “(서비스업을 포함해)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시너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 시스템의 뒷받침이 아쉬운 면도 있다. 제도 기반과 인프라가 부실하면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만 있는 규제가 많은데 현재 한경협과 정부의 소통이 잘 되고 있다. 다만 스피드업(속도 향상)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 회장은 지난 6일 정부와 가진 ‘서비스산업 경쟁력강화 전담반(TF) 연석회의’에서도 “서비스 산업을 제조업과 함께 국가 성장전략의 중심축으로 키워야 한다”고 제안하며 정부의 지원 근거를 담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지난 2023년 8월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구원투수’로 부임한 류 회장은 다음달 취임 3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2월 정기총회에서 한 차례 연임한 류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 종료된다.

류 회장은 “한경협이 한때 없어질 위기까지 갔지만 이제 제자리로 돌아온 거 같다. 과거 회원 수가 가장 많았을 때 600개사였는데 현재 500개사에 육박한다”며 “더 중요한 점은 제조업 위주였던 한경협에 하이브 같은 엔터테인먼트사와 네이버, 카카오, 두나무까지 들어온 점”이라고 강조했다.

회장 재연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3연임은 안 하고 싶다. 제가 58년 개띠여서 내일 모레 70”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다만 “우선 내년 2월까지 최선을 다 하겠다. 그 후에 좋은 방법이 나오지 않겠느냐. 상황에 따라서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말해 추가 연임 가능성도 시사했다. 서귀포=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