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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이제 화면 속 서비스를 넘어 현실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자율주행차와 드론,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스마트공장, 재난 대응 시스템은 모두 물리적 공간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피지컬 AI’의 영역이다. 이를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고, 지연 없이 판단하며, 끊김 없이 연결하는 통신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AI가 발전할수록 통신은 더욱 중요한 국가 기반기술이 된다.
정부 역시 ‘AI 3대 강국 도약’을 국가 어젠다로 제시하며 ‘AI 고속도로 구축’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AI 고속도로란 컴퓨팅과 데이터, 그리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초지능 네트워크를 국가 인프라로 구축하는 전략이다. AI가 생성하는 막대한 데이터가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이동하는 시대에 통신망은 단순한 연결망이 아니라 ‘지능이 흐르는 길’이 되며, 그 핵심이 바로 2030년경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6G다.
6G는 단순히 속도가 빨라진 이동통신이 아니다. 설계 단계부터 AI가 내재된 ‘AI-Native 네트워크’로 진화한다. 기지국과 단말, 코어망, 위성망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트래픽 예측과 장애 복구는 물론 주파수·빔·전력·경로·컴퓨팅 자원을 스스로 최적화한다. 기존 네트워크가 정해진 규칙에 따라 데이터를 전달했다면, AI-Native 6G는 네트워크 상태와 서비스 요구를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지능형 인프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AI-RAN이 있다. AI-RAN은 무선 접속망에 AI를 융합해 기지국의 스케줄링과 자원 관리를 최적화하고 장애를 예측하며, 동일한 인프라에서 통신과 AI 연산을 동시에 수행한다. 여기에 통신과 센싱을 결합한 ISAC, 초저지연 유·무선망, AI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그리고 네트워크·컴퓨팅·데이터를 통합 제어하는 상황인지형 코어가 결합되면 디바이스와 엣지, 클라우드를 자유롭게 연결하는 진정한 AI 고속도로가 완성된다.
피지컬 AI의 활동 무대는 지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항공기와 선박, 도서·산간, 재난 현장, 해양과 우주까지 연결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국제표준화단체인 3GPP는 6G에서 지상망(TN)과 비지상망(NTN)의 통합을 핵심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위성은 단순한 중계기가 아니라 AI 기반의 라우팅과 자원관리, 보안을 수행하는 지능형 노드이자 궤도 위 데이터센터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도 ‘대한민국 우주항공 산업육성 전략’을 통해 한국형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을 국가 과제로 제시했다. 2035년 독자 위성통신망 구축을 목표로 위성 개발과 발사 생태계를 육성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TDX 자립, CDMA 세계 최초 상용화, 5G 세계 최초 상용서비스를 통해 세계적 통신 경쟁력을 축적해 왔다. 이제 그 역량을 우주로 확장해야 할 시점이다. 3GPP 6G 표준 기반 저궤도 위성통신 시스템과 수백 기 규모의 ‘K-LEO’ 독자망 구축은 통신 주권과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결국 지상의 AI-RAN과 우주의 AI 기반 저궤도 위성망은 서로 다른 과제가 아니다. AI가 이 둘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이 AI-Native 6G의 본질이며, 이는 AI 산업과 모빌리티, 우주산업, 국방, 재난안전, 지역균형발전을 함께 뒷받침하는 국가 전략 인프라다. 표준과 원천기술, 서비스와 산업 생태계를 함께 설계하고 민·관·군, 산·학·연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지금은 AI-Native 6G 기반 국가 AI 인프라를 차근차근 구축해야 할 때다. 그 길을 선도할 때 대한민국은 지상 통신 강국을 넘어 우주 통신 강국, 나아가 피지컬 AI 시대를 이끄는 인프라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문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입체통신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