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개최·참가국 확대…2030 월드컵으로 이어간다

스페인 등 6개국 공동 개최
32→48→64개국 추가 확대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혹평’
한국 조기 탈락, 쇄신 기폭제로


20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우승국 스페인 선수들이 월드컵을 치켜들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한 달 반 세계 축구 팬들을 열광시킨 2026 북중미 월드컵이 20일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3개국(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 개최와 48개국 참가 등 첫 시도가 많았던 대회였지만, 큰 잡음 없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차기 대회인 2030 월드컵은 이런 흐름을 더욱 강화한다. 월드컵 개최 100주년을 맞는 2030 대회는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등이 공동 개최하고, 월드컵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개막전 3경기는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에서 치를 예정이다. 6개국이 공동 개최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번 대회 초반 조별리그 이변을 주도한 것은 단연 아프리카였다. 아프리카축구연맹(CAF)은 본선 출전 10개국 중 무려 9개국을 32강 토너먼트에 올려놨다. 직전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5개국이 출전해 모로코와 세네갈 2개국만 토너먼트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는 출전국이 10개국으로 늘었고, 32강 진출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로코, 코트디부아르 등 무려 9개국으로 확대됐다. 특히 인구 50만명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는 월드컵 첫 본선에서 32강 진출에 성공하며 이번 대회 최대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 4강이 그대로 최후의 4강에 진출하는 이변 없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강호가 난데없이 덜미를 잡혀 흥행 공식이 깨져버리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참가국을 추가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에 큰 동력이 됐다.

잔니 인판티노 회장은 대회 8강전이 마무리된 지난 13일 64개국 체제에 대해 “이번 북중미 대회가 끝나면 관련 위원회를 통해 확실히 논의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월드컵 본선 참가국이 64개국으로 늘 경우 대회 전체 경기 수는 총 128개가 된다. 이는 2022 카타르 대회 때까지 유지되던 32개국 체제 때보다 2배가 늘어나는 수치다.

물론 참가국 확대는 FIFA에서 처음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앞서 지난해 3월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월드컵 개최 100주년을 맞는 2030년 대회의 참가국을 64개국으로 늘리자는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남미연맹의 ‘월드컵 64개국 체제’ 제안에 유럽, 아시아, 북중미 대륙 연맹 모두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알렉산데르 체페린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남미연맹의 제안이 나오자마자 “나쁜 생각이다. 정말 놀라웠고, 당치도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백악관 월드컵 태스크포스(TF)의 앤드루 줄리아니 집행위원장은 미국이 2038년 월드컵 유치를 고려할 수 있으며, 64개국으로 확대되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EAST RUTHERFORD, NEW JERSEY - JULY 19: FIFA President Gianni Infantino and U.S. President Donald Trump show off the winner‘s medals after the FIFA World Cup 2026 Final match between Spain and Argentina at New York New Jersey Stadium on July 19, 2026 in East Rutherford, New Jersey. Justin Setterfield/Getty Images/AFP (Photo by Justin Setterfield / GETTY IMAGES NORTH AMERICA / Getty Images via AFP)


찬반양론 속에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도입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물 보충 휴식)’는 재검토 대상이 될 전망이다.

영국 BBC의 19일 보도에 따르면 전 아스널감독인 아르센 뱅거 FIFA 글로벌 디렉터는 “물 보충 휴식 시간의 인기가 없었다. 경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다”며 “FIFA가 월드컵 이후 그 영향에 대해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의 도입 배경은 선수들의 건강 보호를 위해서지만, 기온이나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모든 경기에서 동일하게 시행돼 도입 배경에 의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거액의 중계권료를 내는 방송사에 ‘광고 시간’을 보장해 주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강했다.

실제 이번 대회의 미국 내 중계방송사인 폭스스포츠의 월드컵 30초 광고 평균 가격은 20~30만 달러(한화 약 3억~4억5000만원)였다. 심지어 미국 경기나 토너먼트 기간에는 75만 달러(약 11억2000만원)까지 가격이 올라갔다.

대회의 공정성 논란도 제기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알랭 베르세 유럽평의회 사무총장은 “다음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그 위기의 이름은 돈과 권력이다”라고 적은 공개서한을 FIFA에 보냈다.

이는 미국 선수 발로건 징계 유예 사태 때문에 촉발됐다. 발로건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32강전에서 레드카드를 받아 16강전에 출전할 수 없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전화해 재검토를 요청했고, FIFA는 징계를 1년간 유예했다. 발로건은 벨기에와의 16강전에 출전했지만 미국은 1-4로 패했다.

베르세 사무총장은 “규정이 압력에 의해 흔들리면 모든 경기 결과는 의심받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치적 영향력이 이제 경기장 안으로까지 들어왔다”며 “한 국가의 정상이 FIFA 회장에게 전화한 뒤 징계가 유예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이번 월드컵은 한국 대표팀에도 잊지 못할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 3경기를 마치고 1승 2패로 조기 탈락하면서 빠르게 짐을 쌌다. 지난달 12일 체코전에서 2-1로 승리한 뒤, 같은 달 19일 공동 개최국 멕시코에 0-1로 패했고, 25일 같은 조 최약체 남아공에도 0-1로 패했다.

조기탈락은 한국 축구에 대한 질타와 함께 쇄신의 기폭제가 됐다. K-축구혁신위원회 출범과 함께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와 선진축구 시스템 도입 등 정부 차원의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 축구가 차기 2030 월드컵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20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우승국 스페인 선수들이 월드컵을 치켜들고 있다. [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