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변동성 주원인이란 건 과장된 측면” [투자360]

정의현 미래에셋운용 ETF운용 본부장 인터뷰
“‘레버리지 ETF가 시장 흔든다’ 시각에 반론”


정의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미래에셋자산운용 본사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제공]


[헤럴드경제=문이림 기자] “최근 시장 변동성의 주된 원인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라고 보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운용업계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키운 단일 요인이 아니라고 반론한다.

정의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이 변동성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는 있다”면서도 “최근 시장 변동성의 주된 원인이 레버리지 ETF라고 보는 것은 과장된 견해”라고 지적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 확대는 글로벌 반도체 업황과 거시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정 본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미국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종목 전반에서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미·이란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과 반도체 실적 피크아웃 우려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키운다는 주장의 근거로는 이른바 ‘숏 감마(Short Gamma)’ 구조가 꼽힌다. 레버리지 ETF는 목표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장 마감 무렵 리밸런싱을 한다. 주가가 오르면 기초자산을 추가 매수하고, 주가가 내리면 추가 매도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상승장에서는 매수가 매수를 부르고 하락장에서는 매도가 매도를 부르면서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본부장은 국내 시장에서는 숏감마의 영향이 개인투자자의 매매로 희석됨을 강조했다. 그는 “하락장에서 개인들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매수가 늘어나면 설정 물량이 유입되고 운용사는 그만큼 기초자산을 다시 매수하게 된다”며 “리밸런싱에 따른 매도 물량이 있더라도 설정 자금에 따른 매수가 함께 이뤄져 순매도 규모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처럼 하루 거래대금이 수조원에 이르는 종목의 주가를 움직이려면 상당한 규모의 매매가 필요하다”며 “현재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만으로 시장을 좌우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삼성전자 거래대금은 5조8160억원에 달했다. 같은 날 기준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7종의 순자산총액(AUM)은 4조8917억원으로, 삼성전자 하루 거래대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순기능도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개인에게 표준화된 형태의 파생상품을 제공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개인이 선물·옵션을 직접 거래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위험이 제한된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개별 주식 선물시장의 유동성과 가격 발견 기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레버리지 ETF가 모든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라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레버리지는 기본적으로 위험자산이기 때문에 상품의 구조와 위험성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투자자가 접근해야 한다”며 “목표 수익률과 손절 기준을 설정하지 못한다면 투자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보유한 투자자라면 하락 구간에서 일부를 레버리지 ETF로 전환한 뒤 반등 시 일반 주식으로 되돌리는 전략도 제시했다. 그는 “이런 방식은 하락 이후 회복 탄력성을 높이면서도 장기 보유에 따른 음의 복리 효과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제기된 메모리 반도체 고점론에 대해서는 장기 성장 전망이 훼손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정 본부장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인공지능(AI) 가속기 산업을 사이클 산업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며 “메모리 산업도 성장산업으로 인식이 전환되는 지점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는 AI 투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가 해소되고, 다시 제기되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며 단기적인 변동성과 장기 성장 전망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