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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DB] |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도박장 단속 과정을 촬영한 체증 영상을 경찰이 임의로 삭제했다. 도박 혐의를 부인한 피의자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권소영 판사는 지난 9일 도박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외국인인 A씨는 2023년 12월 서울 노원구의 한 불법 ‘텍사스 홀덤’ 도박장에서 90만원 상당의 칩을 교환한 뒤 도박을 한 혐의로 서울 중랑경찰서에 입건돼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미 삼아 칩을 교환하긴 했으나 실제 게임 테이블에 앉아 도박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단속 당시 게임 테이블 건너편 흡연실 인근에 있던 그는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수사관들의 모습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직접 촬영하기도 했다.
A씨는 경찰이 촬영한 채증 영상에 자신이 도박에 참여하지 않은 모습이 담겼을 것으로 보고 이를 재판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 영상 제공을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영상을 제공하지 않았다. 이에 A씨가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경찰로부터 “채증 즉시 영상을 파기해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경찰이 공개한 ‘메모 보고서’에는 “도박 행위자들의 일체 자백을 통해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며 “영상은 증거로서 가치보다 피의자들의 고성과 욕설 등이 대부분을 차지해 수사 자료로 활용할 필요성이 없어 전부 파기했다”고 적혀 있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중랑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영상에 도박하는 장면이 찍히지 않았기에 증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영상이 없어도 도박장 직원 진술이나 칩 교환 내역 등으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경찰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A씨가 실제로 도박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도박장 직원의 진술뿐이었고, 해당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도박장 직원들이 법정에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기존 진술을 번복한 점이 무죄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재판에서는 A씨가 당시 휴대전화로 촬영한 짧은 영상이 증거로 채택됐다. 변호인이 이 영상을 제시하며 신문을 이어가자 직원들은 앞선 진술과 다른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연합뉴스에 “채증 영상만 있었어도 2년 동안 재판에 시달리진 않았을 것”이라며 “중요한 증거를 왜 삭제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