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의 왕’ 버넘, 오늘 英 총리 취임…“국민 숨통 틔우겠다”

10년 새 6번째 총리…“책임·안정의 정치로 삶 바꾸겠다”
노동당 두 번째 총리…기업친화·지방분권 앞세워 국정 본격화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노동당 특별 전당대회에서 노동당 새 대표이자 차기 총리로 확정된 앤디 버넘이 행사장을 떠나며 손을 흔들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영국 집권 노동당의 앤디 버넘 대표가 20일(현지시간) 제59대 영국 총리로 공식 취임한다. 노동당 대표 선출 사흘 만에 총리직에 오르는 초고속 승진이다.

버넘 대표는 지난 17일 노동당 특별 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며 차기 총리로 확정됐다. 영국은 의원내각제 국가로, 총선 없이도 의회 다수당 대표가 교체되면 총리도 함께 바뀐다.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날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에게 사임을 공식 보고한 뒤, 국왕이 버넘 대표에게 정부 구성을 요청하면 총리 취임 절차가 마무리된다.

버넘 총리는 이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첫 취임 연설을 통해 새 정부의 국정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미리 공개된 연설문 요약본에 따르면 버넘 총리는 ”지난 10년 동안 영국에는 여섯 명의 총리가 있었다“며 정치 불안정이 이어진 현실을 언급하고 ”이제는 책임감 있고 안정적인 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할 계획이다.

그는 “지금은 반성과 결의의 시간”이라며 영국이 직면한 경제와 사회적 어려움을 인정하는 동시에 “효율적인 정부로 세계의 신뢰를 얻고 국민의 숨통을 틔울 수 있도록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만들겠다”고 밝힐 예정이다.

버넘은 스타머 총리에 이어 2024년 총선 승리로 출범한 노동당 정부의 두 번째 총리가 된다. 노동당 총리로는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스타머에 이어 21세기 들어 네 번째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로는 10년 사이 여섯 번째 총리다.

이번 총리 교체는 노동당 내부의 위기감 속에서 이뤄졌다.

스타머 총리는 2024년 총선에서 노동당의 14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끌었지만, 이후 잇따른 정책 번복과 국정 운영 난맥, 인사 논란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다. 지방선거에서는 우익 성향 영국개혁당(Reform UK)에 밀리며 참패했고, 차기 총선 패배를 우려한 당내 압박이 거세지자 결국 사임을 발표했다.

버넘은 스타머 사퇴 압박이 커지던 지난달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국회에 입성한 데 이어 당 대표 경선에도 단독 출마해 대표와 총리직을 모두 거머쥐었다. 2007년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사임 이후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총선이나 당내 경쟁 없이 총리직을 승계했던 사례와 유사한 방식이다.

‘북부의 왕(King of the North)’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버넘은 맨체스터 광역시장을 지내며 지방분권과 대중교통 개혁을 이끈 정치인이다. 그는 총리 취임 후에도 맨체스터에 ‘제2 총리실’을 설치하고 지방 권한을 확대하는 한편, 주택·수도·교통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공공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동시에 기업 친화적인 정책 기조도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버넘 새 내각은 저성장과 높은 생활비 부담, 재정 압박, 공공서비스 개혁, 정치 양극화 등 영국이 안고 있는 복합적인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