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나만 모기밥 되는 이유?…‘단피’ 아닌 ‘이것’ 때문

유독 모기에 잘 물리는 경우라면 이산화탄소 배출이나 체열, 체내 대사 결과 발생한 화학물질의 영향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F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여름밤의 불청객’ 모기를 부르는 이들은 따로 있다. 같은 시간대, 같은 장소에서 활동했더라도, 유독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검증됐다. 곤충학을 연구한 전문가들은 사람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농도, 체열, 피부에서 풍기는 독특한 체취가 모기에 잘 물리는지 덜 물리는지를 결정짓는다고 설명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모기 중 사람을 무는 것은 암컷뿐이다. 암컷 모기는 번식을 위해 난자 발달에 필요한 단백질을 얻기 위해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찾는다. 모기는 10m가량 떨어진 거리에서도 시각이나 후각을 통해 대상을 식별하는데, 여기에 큰 역할을 하는 게 이산화탄소다.

사람이 호흡하면 자연히 이산화탄소를 내뿜게 된다. 이는 모기의 후각 기관에 신호를 보내 숙주 탐색 활동을 활성화하게 한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는다면 그만큼 모기를 끌어들이게 된다. 이 때문에 어린이보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성인이 모기에게 물릴 확률이 높다.

모기는 꼭 사람이나 동물이 호흡으로 내뿜는 것이 아니더라도, 이산화탄소에 이끌리는 특성이 있다. 이를 활용하면 ‘모기 덫’을 만들 수도 있다. 병에 드라이아이스 등을 넣어 두면 모기를 유인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 외에 모기를 끌어들이는 요인에는 열과 수분이 있다. 모기는 체열이 높은 사람에 이끌린다.

영국 더럼 대학교의 공중보건 곤충학 교수인 스티브 린지는 인체 대사 활동에 대해 “몸 안에 작은 용광로가 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는 임산부나 운동 중인 사람, 보통 더 많이 열을 내고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는 체격이 큰 사람 등이 모기에게 물릴 확률이 높다 뜻이다. 임신은 대사 요구량과 호흡량을 증가시켜 더 많은 열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한다. 운동을 할 때에도 대사 요구량이 증가하면서 몸이 더 따뜻해지고 땀이 난다. 특히 야외에서 운동한다면 운동 중이나 직후에 모기를 유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모기에게 물리는 것을 예방하려면 디트나 피카리딘 등 효과가 입증된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긴 소매나 긴 바지로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I 생성 이미지]


피부에서 풍기는 독특한 체취도 모기가 10m 내에서 표적을 찾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단, 흔히 “모기는 달콤한 피에 끌린다”는 속설처럼 피의 성분이나 냄새가 모기를 유인하는 게 아니라, 피부나 호흡에서 풍기는 냄새가 모기의 후각에 작용한다.

린지 교수는 모기가 표적을 결정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냄새”라며 “작고 휘발성이 강한 화학 물질이 차이를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피부에 존재하는 균이나 박테리아 등 미생물 군집은 독특한 체취를 형성한다.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교의 연구원들은 말라리아모기가 많이 몰리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피부에 더 풍부한 박테리아 군집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피부 박테리아는 인간의 체취 행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박테리아가 없으면 땀을 흘려도 후각 기관에서 이를 냄새로 인식하지 못한다.

이는 마이크로바이옴이란 개념을 형성한다. 피부의 마이크로바이옴은 피부의 탄수화물, 지방산, 펩타이드를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s)로 분해할 수 있다. 이는 공기 중으로 쉽게 증발하고 모기가 이를 포착할 수 있다. 우리 피부에는 500개 이상의 유기화합물이 존재한다.

현재까지 피부에서 냄새를 풍기게 해, 모기를 유인하는 요인으로는 암모니아와 젖산이 있다. 여기에 미국 록펠러 대학교 연구진은 카복실산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했다. 록펠러 대학교 연구진이 6시간 동안 64명의 실험 참가자에게 ‘냄새 수집 장치’ 역할인 나일론 소매를 착용하게 하고 이를 실험군 모기에게 노출한 결과, 모기들은 카복실산 수치가 더 높은 나일론 소매에 더 많이 몰렸다.

그렇다면 유독 모기가 잘 몰리는 사람이라면 여름 내내 괴로움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교의 의학 곤충학 교수인 헤더 퍼거슨은 디트, 피카리딘, 또는 PMD(파라멘탄-3,8 디올) 등 효과가 입증된 기피제를 사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PMD는 레몬 유칼립투스 나뭇잎의 추출물에서 얻는 성분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식물성 기반의 기피제(시트로넬라, 레몬그라스 등)는 효과가 약하거나 지속시간이 짧다. 반면에 PMD는 천연 성분 중에서는 유일하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효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천연 유래 모기 기피제 성분이다. 효과가 입증된 기피제를 발랐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보호 효과가 떨어지고, 땀에 씻겨나갈 수도 있으니 일정 시간마다 다시 바르는 것이 좋다.

물리적으로 모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도 대응책이다. 퍼거슨 교수는 “살충 처리된 긴 소매와 바지로 몸을 가리는 것”을 권하면서 “모기에게 물리는 것은 노출된 팔, 다리에 집중되기 때문에 몸을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