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래 정확하게 본다”…화학硏, 癌 수술 차세대 ‘형광염료’ 개발

- FDA 근적외선 염료 광안정성 한계 개선
- 형광 유지 성능 ICG 대비 4배 이상 향상


연구진이 실험용 쥐의 앞발에 신규 개발한 형광염료를 넣고 근적외선으로 촬영한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암 수술과 혈관조영 등에서 쓰이는 의료영상 형광염료이 빠르게 흐려지는 단점을 일거에 해소할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화학연구원 박영일·남상환 박사팀은 조지아 공대 박성진 교수팀과 함께 근적외선 형광염료 ‘인도시아닌 그린(ICG)’을 고분자 구조로 재설계하여 광안정성을 높인 형광체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근적외선(약 650~900 나노미터 파장)은 가시광선보다 인체 조직을 깊이 통과한다. 인체 속 수분과 혈색소(헤모글로빈)에 흡수되는 빛 손실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근적외선의 이런 특성을 형광 염료와 결합하면 수 cm 깊이의 생체 조직까지 영상화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FDA 승인을 받은 근적외선 형광 염료는 인도시아닌 그린(ICG)이다. 하지만 ICG는 빛을 받고 형광이 금방 흐려지는 ‘광 표백’ 문제가 있어, 장시간 수술에서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그동안 미세입자 캡슐이나 나노구조체로 ICG를 감싸는 시도가 있었지만, 제조공정이 복잡하고 형광물질이 새어 나오는 문제가 있어 상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ICG 분자를 고분자 사슬에 연결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형광 발생 부위를 양쪽에서 잡고 고정시켜 오래 지속되도록 한 것이다.

ICG가 형광을 잃는 원인은 강한 빛(레이저)에 의해 주변 산소와 반응해 형광을 내는 헵타메틴 고리가 부서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만든 형광체 KR-NIR-P는 고분자 골격이 발색단 주변의 산소 접근을 차단한다. 분자 간 소수성 상호작용이 구조를 안정되게 붙들어 같은 빛에도 오래 형광을 유지한다. 또한 고분자 구조가 분자들의 무분별 응집을 막아, 응집 자체가 광표백을 가속하는 요인도 차단했다.

실험 결과, 785나노미터 파장의 근적외선 레이저를 계속 비췄을 때 기존 ICG는 50초 이내에 형광이 40% 수준으로 급감한 반면, 신규 개발 소재 KR-NIR-P는 200초 후에도 66%를 유지했다. 광안정성이 4배 이상 향상된 것이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한국화학연구원 남상환(왼쪽부터), 박영일 책임연구원, 최민석 연구원.[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세포 독성 실험 결과도 우수했다. 자궁경부암·구강 편평암 세포 등 암세포와 정상 세포 모두에서 20 마이크로몰(µM) 농도까지 세포 생존율 90% 이상을 유지, 높은 생체 적합성을 확인했다. 세포사멸과 관련된 주요 단백질 변화도 기존 ICG와 큰 차이가 없어 세포 독성을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종양과 유사한 인공 세포 덩어리인 3차원 종양 스페로이드에 넣었을 때, KR-NIR-P가 깊은 층까지 균일하게 침투함을 확인했다. 마우스 생체 실험에서는 발바닥 피하 주사 후 2시간 만에 림프절에서 형광이 검출되고, 24시간 후에는 강하게 축적됐다. 암의 전이 경로인 림프절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박영일 박사는 “ICG 분자를 고분자화함으로써 발색단이 빛에 의해 파괴되는 속도를 늦추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향후 전임상과 임상시험을 거쳐 의료영상용 형광조영제로 개발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나노·마이크로 소재 분야 세계적 권위지 ‘Small’ 2026년 6월호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