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한화는 왜 ‘캔톤’과 손잡았나…월 9조달러 굴리는 큰손 정체는? [크립토360]

국내 주요 금융사 캔톤네크워크와 전략적 협업
월 9조달러 토큰화 레포 처리하는 기관용 체인
금투업권, STO 및 RWA 활용 가능성 검토
체인간 상호운용성·국내 제도 정합성은 과제로


캔톤 로고. 캔톤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글로벌 기관용 블록체인으로 알려진 캔톤 네트워크가 국내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회사를 잇달아 접촉하며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토큰증권(STO)과 실물연계자산(RWA) 시장 개화를 앞두고 국내 금융사들도 캔톤을 차세대 블록체인 인프라 후보군 중 하나로 살펴보는 모습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캔톤 네트워크를 개발한 디지털애셋과 생태계 운영을 담당하는 캔톤 재단은 올해 들어 한화투자증권과 KB증권, 신한투자증권, 신한자산운용 등과 잇달아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4월 디지털애셋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협업 관계를 맺었다. KB증권은 지난달 캔톤 재단, 웨이브릿지와 MOU를 체결하고 국내 자본시장에 분산원장 기반 거래 인프라를 적용하는 방안을 공동 검토하기로 했다.

같은 달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자산운용도 캔톤 재단과 각각 거버넌스 참여와 국내 디지털 금융상품의 해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력에 나섰다. 캔톤 측은 이 밖에도 코스콤을 비롯한 국내 금융 인프라 기관을 만나 기술 도입 가능성과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관별 원장 잇는 금융 특화 퍼블릭 체인


캔톤 네트워크의 ‘캔톤’은 스위스의 자치주(州)를 뜻한다. 각 자치주가 독립적인 권한과 규칙을 유지하면서도 연방 안에서 연결되는 것처럼 캔톤 네트워크 역시 금융기관마다 별도의 원장과 업무 체계를 두되 필요할 때 서로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캔톤의 설계 철학은 유럽과 맞닿아 있지만 사업의 실질적 출발점은 미국 금융시장에 있다. 글로벌 마켓메이커(MM) DRW를 창업한 돈 윌슨은 지난 2014년 유발 루즈 등과 블록체인 기술기업 디지털애셋을 공동 설립했다. 디지털애셋은 금융기관용 스마트컨트랙트 언어 Daml과 분산원장 기술을 개발해오다 2023년 글로벌 금융회사 30여곳과 캔톤 네트워크를 출범했다. 현재 디지털애셋은 기술 개발을, 캔톤 재단은 네트워크 거버넌스와 생태계 확장을 나눠 맡고 있다.

시장에서는 캔톤 네트워크의 가장 큰 특징으로 거래정보를 권한에 따라 구분해 공유하는 구조를 꼽는다. 일반적인 퍼블릭 블록체인이 거래 기록을 네트워크 전반에 공개하는 것과 달리 캔톤에서는 거래에 관여한 기관들이 각자 업무 수행에 필요한 범위의 정보만 확인한다. 고객정보와 거래 조건 등 민감한 내용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으면서 기관 간 거래를 처리할 수 있어 금융회사에 특화된 블록체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캔톤 네트워크에는 JP모건, 골드만삭스, BNP파리바, HSBC, 시타델 시큐리티즈, 미 예탁결제원(DTCC) 등 600개 이상 글로벌 금융사와 기술기업이 참여 중이다. 캔톤에서는 월 9조달러 규모의 토큰화 레포(단기담자금조달거래)가 처리되고 있으며 캔톤 네트워크의 자체 토큰인 캔톤코인(CC)은 18일(현지시간) 코인마켓캡 기준 시가총액 17위에 올라 있다.

글로벌 토큰화 시장 잇는 통로…캔톤에 쏠리는 시선


국내 증권사들이 캔톤 네트워크에 관심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토큰증권과 RWA 상품의 발행과 유통 기반으로 활용할 가능성 때문이다. 해외 금융회사가 발행한 토큰화 상품에 접근하는 동시에 국내에서 발행한 수익증권을 캔톤 생태계에 연결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한 디지털자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품을 캔톤에 올릴 수 있다면 유동화와 해외 유통 가능성이 함께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금융회사가 발행한 토큰화 상품을 동일한 네트워크에서 취급할 경우 국내 투자자의 상품 접근성이 높아지는 한편, 국내 상품을 해외에 유통하는 통로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인프라 기관의 실제 활용 사례도 국내 금융사의 관심을 끄는 요인이다. DTCC는 디지털애셋과 함께 자회사인 DTC가 수탁한 미국 국채를 캔톤 네트워크에서 토큰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HSBC도 캔톤 네트워크 기반의 자체 플랫폼 ‘오리온’을 통해 디지털 채권 발행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은행권도 해외에서 발행하는 외화채권 등 전통 금융자산을 캔톤 생태계와 연결하는 방안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전해진다. 홍콩 등 역외시장에서 조달한 채권은 이미 글로벌 투자자를 대상으로 유통되는 만큼 향후 토큰화와 네트워크 연계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 간 별도의 얼라이언스를 구성해 자산을 주고받을 경우 프라이버시와 처리 성능 등 금융사에 특화된 강점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는 캔톤을 비즈니스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분위기”라며 “국내 은행들은 대부분 만났지만 현재로서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수요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STO 가이드라인 코앞…국내 시장 안착 과제는


다만 캔톤이 국내에서 폭넓게 활용되기까지는 외부 블록체인과의 연계가 과제로 꼽힌다. 캔톤 기반 시스템끼리는 비교적 쉽게 연결할 수 있지만 솔라나나 이더리움 등 다른 메인넷과의 연동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프라이빗 환경에서는 외부 네트워크와의 접점이 제한될 수 있고 퍼블릭 블록체인 간 브릿지 역시 보안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국내 제도와의 정합성도 검토해야 할 부분이다. 시장에서는 캔톤의 선택적 정보공개 구조가 개정 전자증권법상 분산원장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제도는 발행인과 독립된 금융기관 등이 과반의 노드를 구성해 거래 기록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시해 왔지만 캔톤은 거래 당사자를 중심으로 정보를 저장하고 검증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으로 로 STO 관련 하위법규 개정안 및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3개 이상의 계좌관리기관이 노드로 참여해 동일한 데이터를 함께 저장하고 검증하는 구조를 전제로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설계해 온 것”이라며 “캔톤이 이 요건에 부합하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