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당하면 1000만원 보상…은행이 월 5000원 보험료 대신 내주는 이유는?

5대銀 보이스피싱보험 가입자 14만명 육박
포용금융 기조에 보이스피싱 보험 지원 경쟁
무과실배상제 도입 앞두고 ‘손실 최소화’ 전략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서상혁 기자] 은행권의 ‘보이스피싱 보상보험’ 가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은행 영업점을 찾는 금융소비자는 물론, 고령층이 밀집한 농촌 지역까지 직접 찾아가 무료 가입을 지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금융당국의 포용금융 기조에 발맞춘 행보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도입을 앞둔 ‘보이스피싱 무과실배상’ 제도에 대비해 향후 손실을 줄이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4월말 기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에서 보이스피싱 보상보험에 가입한 금융소비자는 총 13만6675명으로 집계됐다.

보이스피싱 보상보험은 보이스피싱이나 메신저피싱으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금전적 보상을 해주는 상품을 말한다. 통상 피해액의 70%, 최대 1000만원 한도 내에서 보상을 해준다.

지난 2024년부터 몇몇 은행들은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보험 가입을 지원했다. 월 5000원가량의 보험료를 은행이 대신 내주는 식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포용금융이 금융권의 주요 정책 기조가 되면서 보이스피싱 보상보험 무료 가입 지원은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보이스피싱 고위험군인 고령층 고객 비중이 높은 NH농협은행이 특히 적극적이다.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보험 가입 사업을 시작한 농협은행은 출시 두 달 만에 누적 가입자 2만3000명을 넘겼다. 7월 15일 기준으로 12만9014명으로 집계됐다.

포항시지부의 경우 지역행사에 은행 직원이 참석하며 보험을 홍보하고 있으며, 안양호계금융센터는 노인종합복지관 등 지역 시설과 연계해 상품을 알리고 있다.

신한은행도 금융감독원, 경찰청 등과 보이스피싱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온라인 예방교육 과정도 신설해 강의 수료자를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보상보험을 무료로 제공 중이다.

은행권이 이처럼 열띤 경쟁을 벌이는 배경에는 조만간 도입 예정인 보이스피싱 무과실배상 제도가 있다.

무과실배상이란 보이스피싱으로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금융회사의 고의나 과실과 관계없이 금융회사가 배상하는 제도로 현재 강준현·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당정은 후반기 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제도가 시행되면 시중은행은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최대 5000만원 범위에서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 다만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보상보험에 가입한 경우에는 보험사가 먼저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은행의 실제 배상 부담은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2000만원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가입자의 경우 보험사가 먼저 1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면 은행은 나머지 1000만원만 배상하면 된다. 이처럼 보험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은행이 실제 부담해야 하는 배상액은 줄어드는 구조여서, 사실상 은행의 손실을 줄여주는 보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관련 마케팅에 은행들이 열중하는 이유다.

모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험에 가입된 피해자에 대해서는 배상 한도가 줄어드는 만큼, 무료 가입이라도 지원에 나설 유인이 있다”며 “나중에 배상해야 할 금액을 생각하면 지원되는 보험료는 큰 부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일반인 수준에서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범죄 수법이 고도화되고 있다는 문제 의식이 있긴 하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브랜드 이미지 제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업계는 지난해 8월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범죄 이용 전화번호 긴급 차단, 보이스피싱 정보 공유 플랫폼 등을 구축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보이스피싱 범죄 발생 건수는 9353건으로 전년 동기 1만4461건으로 5000건가량 감소했다. 금융당국은 보이스 피싱뿐만 아니라 투자리딩방, 중고사기 등에 대해서도 혐의자의 계좌를 즉시 정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