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잇따른 폭발음 속 매연 진동…인천 쿠팡물류센터 13시간째 사투

불길 7층까지 확산…생활용품 등 가연물 대량 적재에 높은 층고로 시야 확보 난항
6~7층 가연물 대량 적재로 진화 난항…국가소방동원령 하에 8개 시·도 특수장비 집결
진압 작전 중 소방관 1명 연기흡입 부상…쿠팡 “주민들께 사과,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
최용철 중앙긴급구조통제단장 “붕괴 위험 살피고 대원 안전 확보된 범위서 체계적 진압”


18일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6층에서 불이나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불로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18일 오전 발생한 인천시 서해구 석남동 쿠팡 32물류센터 대형 화재 현장 주변은 매캐한 연기와 함께 내부에서 발생하는 수십 차례의 폭발음으로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전 6시 54분께 건물 6층에서 시작된 불길은 13시간이 넘도록 잡히지 않은 채 확산하고 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불길은 건물 외벽을 타고 지상 7층까지 번진 상태다. 소방대원들이 건물 창문을 깨며 내부 열기와 연기를 배출하는 배연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나, 깨진 창문 틈으로 뿜어져 나오는 짙은 검은 연기는 사고 현장에서 2㎞가량 떨어진 곳에서도 관측될 만큼 하늘을 뒤덮었다. 인근의 한 상인은 연합뉴스에 “오전부터 내부에서 ‘펑, 펑’ 하는 폭발음이 수십 차례 울렸다”며 “유독가스 냄새가 너무 심해 문을 모두 닫고 있는 상황”이라고 현장의 심각성을 전했다.

18일 오전 6시 54분께 인천시 서해구 석남동 쿠팡 32물류센터 6층에서 불이 났다. [연합]


불이 난 건물은 연면적 29만9000㎡ 규모의 지상 8층짜리 대형 물류창고다. 화물 차량이 상하차를 위해 직접 상층부로 이동할 수 있는 ‘램프 구간’이 연결된 특수 구조다. 특히 불길이 집중된 6~7층에는 생활용품을 비롯한 가연성 물품이 3단 선반 등에 대량으로 쌓여 있어 연소 확대를 키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일반 건축물보다 층고가 훨씬 높아 진화해야 할 공간이 방대한 데다 내부 농연으로 시야 확보가 아예 불가능한 점도 진압의 걸림돌이다.

화재 여파로 물류센터 앞 왕복 6차선 도로는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SK석유화학삼거리부터 센터 앞 삼거리까지의 구간에는 전국에서 집결한 펌프차와 고가사다리차 등 진화 장비들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장시간 사투를 벌인 소방대원들은 교대로 건물 밖으로 나와 방화복을 풀어헤친 채 급히 수분을 섭취하고 다시 화마 속으로 진입하는 등 악전고투를 거듭했다. 주변에는 신석체육공원과 자동차 부품 공장 등이 밀집해 있으나, 다행히 현재까지 주변 시설로의 연소 확대는 차단된 상태다.

화재 당시 건물 안에 있던 관계자 121명은 다행히 전원 안전하게 자력 대피했으나, 진화 작전 과정에서 소방공무원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다리차를 활용해 화재를 진압하던 40대 소방관이 유독가스를 흡입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현재 고압산소 치료를 받고 있다.

18일 오전 6시 54분께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6층에서 일어난 불이 이날 오후까지 이어지며 연기가 치솟고 있다. [연합]


앞서 소방 당국은 오전 9시 15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이후 낮 12시 25분 대응 2단계로 경보를 높였고, 오후 3시 15분에는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서울, 경기, 대전, 세종, 강원, 충북, 충남, 전북 등 8개 시·도에서 고가·굴절사다리차 24대, 소방물탱크차 23대, 무인소방로봇 1대, 회복지원차 6대 등 총 54대의 소방장비를 추가로 현장에 투입했다. 현재 현장에는 총 480명의 소방 인력과 169대의 장비가 투입돼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장을 지휘 중인 최용철 중앙긴급구조통제단장(소방청장 직무대행)은 “건축물의 붕괴 위험을 면밀히 살피고, 진압대원의 안전이 확보된 범위에서 체계적으로 진압작전을 추진해야 한다”며 “전국의 가용 소방력과 특수장비를 총동원해 화재 진압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강력히 지시했다.

당국은 대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무리한 내부 진입을 자제하고 있다. 건축 구조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붕괴 위험 등을 감안, 건물 측면의 화물차 램프 구역을 거점으로 삼아 진입로를 확보하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

전재인 인천 서부소방서 119재난대응과장이 18일 오후 인천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화재현장엑서 브리핑하고 있다. 소방 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


전재인 인천 서부소방서 119재난대응과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내부에 가득 찬 고열과 유독가스로 인해 대원들이 진입해 시야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운 여건”이라며 “주요 거점마다 연소 확대 저지선을 구축하는 한편, 굴삭기와 지게차 등 중장비를 투입해 내부 진입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며 화재 진압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쿠팡 측은 이날 저녁 정종철 대표 명의의 공식 입장문을 내고 “이번 화재로 인해 인천 지역 주민과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화재 인지 후 즉시 119 신고를 진행했고 소방 당국의 신속한 출동으로 직원 모두가 안전하게 대피했다”며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소방관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소방 활동이 차질 없도록 물적·인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은 물론, 관계 당국의 화재 원인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