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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이혼 후에 결혼반지나 약혼반지를 새롭게 세팅한 ‘이혼 반지’ 자신에게 선물하면서, 이혼으로 인한 상처를 털어내려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결혼 생활은 나를 괴롭게 했지만, 다이아몬드는 죄가 없다.”
최근 이혼 후 애물단지가 된 약혼반지나 결혼반지를 ‘이혼 반지(divorce ring)’로 다시 세팅해 착용하는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 약혼반지를 이혼 반지로 변신시킨 이들은 기존 반지의 디자인만 바꾸거나, 종결된 결혼 생활의 의미를 담아 반지를 더 화려하게 치장하기도 한다.
결혼반지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반지를 끼우는 손가락에 있다. 결혼반지는 보통 왼손 약지에 끼지만 이혼 반지는 가운뎃손가락에 주로 낀다. 가운뎃손가락이 서구권에서 욕으로 쓰는 제스처를 할 때 쓰인다는 점에서 착안해, 전 남편이나 자신의 결혼 생활에 욕을 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트렌드이기도 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블로그 등 온라인상에서 가운뎃손가락에 낀 이혼 반지를 ‘인증’하는 이들은 “이혼으로 마음에 상처는 입었지만, 다이아몬드의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혼했다고 반지를 상자 안에 넣어두는 것은 낭비”라며, 자신을 위해 반지를 계속 착용하겠다는 것이다.
이혼 반지는 재정적인 독립의 의미도 있다. 남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누구의 허락도 받을 필요 없이 나를 위해 마음껏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의례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혼 후 비용을 더 들여서 기존 반지를 다시 세팅하거나, 아예 수백만원을 들여 새로운 반지를 사는 경우도 있다.
이혼 반지 트렌드를 조명한 BBC의 보도에서 35세의 인플루언서 데브 마리노는 이혼 후 약혼반지를 새로운 디자인으로 세팅하는데 2000파운드(약 400만원) 이상을 썼다. 약혼반지의 가운데에 있던 다이아몬드를 한쪽 끝에 세팅하고 다른 한쪽 끝에는 결혼 생활 중 얻은 딸을 상징하는 작은 사파이어를 추가한 디자인이다. 마리노는 자신의 SNS에 “가운뎃손가락에 반지를 낄 것”이라며 “결혼 생활이 파탄 난 후 가끔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고 싶은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웨일스 출신의 58세 여성 세리 에반스는 지난해 이혼한 후 3000파운드(약 600만원)를 들여 다이아몬드 반지를 구매했다. 에반스는 이것을 “나의 독립 선언”이라면서 “반항심에서 이혼 합의금이 아닌 자신이 번 돈으로 반지를 구매했다”고 말했다.
중재 이혼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 기업 애미커블의 공동 창립자 케이트 데일리는 이혼 반지가 일종의 재정적 해방을 기념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데일리는 “이혼한 시점에서 여성이 새 반지를 사기로 결정한다면, 이는 그녀가 스스로 재정적 결정을 내리고 있고 누구의 허락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혼 반지 구매가 배우자 없이 혼자로서는 처음 내린 큰 지출 결정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혼 반지 트렌드 덕분에 보석상들은 반색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새로운 틈새시장이 열린 셈이다.
보석상들은 반지를 재판매했을 경우 그 가치는 본래 가격의 약 30%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혼 반지에 대해 상담하는 고객들에게는 반지를 집안에 묵혀두거나 판매하기보다, 오래된 보석을 새롭게 세팅해 착용하는 것이 더 나은 ‘투자’라고 권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