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스페인 총리, 월드컵 결승 직관차 방미…‘앙숙’ 트럼프와 교차하는 외교 함수

유럽 내 ‘反트럼프 구심점’ 산체스 총리, 스페인-아르헨 결승전 뉴저지 스타디움 방문
트럼프 “스페인은 끔찍한 파트너” 독설 속 조우 주목…양자 회동 가능성 낮아
‘부인 모독’으로 외교 단절된 아르헨 밀레이 대통령, ‘패배 징크스’ 미신에 방미 보류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유럽 내 대표적인 ‘반(反) 트럼프’ 인사로 꼽히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을 직접 관전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

결승 현장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최근 들어 거친 설전을 주고받았던 양국 정상이 대면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 대변인은 산체스 총리가 오는 19일 오후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미국 뉴저지 스타디움을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방문이 주목받는 이유는 산체스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의 극도로 경색된 관계 때문이다. 산체스 총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 압박, 이민자 정책, 중동의 이란 전쟁 등 글로벌 핵심 현안마다 트럼프 행정부와 정면충돌하며 유럽 내 반트럼프 전선의 선봉에 서 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달 초 튀르키예 앙카라 나토 정상회의에서 스페인을 나토의 ‘끔찍한 파트너’라고 규정하며 “더 이상 스페인과 무역을 원치 않는다”고 통상 압박까지 가한 상태다.

다만 이번 방미 기간 중 별도의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스페인 정부 대변인은 산체스 총리의 미국 체류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을 들어 미국 당국자들과의 양자 회동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선을 그었다. 산체스 총리는 결승전 직후 다음 일정인 북아프리카 알제리 방문을 위해 곧바로 출국할 예정이다.

한편 스페인의 결승 상대국인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미국행을 포기하고 관저에서 경기를 시청하기로 했다. 이는 대통령이 경기장을 직접 찾으면 국가대표팀이 패배한다는 아르헨티나 정계의 오랜 미신(징크스)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체스 총리 입장에서는 밀레이 대통령의 불참으로 또 다른 ‘외교적 불편함’을 피하게 됐다. 좌파 성향의 산체스 총리와 우파 성향의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2024년 외교 관계가 사실상 단절될 만큼 사상 최악의 대립을 이어왔다. 당시 마드리드를 방문한 밀레이 대통령이 산체스 총리의 부인 베고냐 고메스 여사의 부패 의혹을 공개 석상에서 조롱하자, 스페인 정부는 주아르헨티나 대사를 전격 철수시키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역사적 우방인 아르헨티나와의 외교 마찰, 그리고 개최국 미국과의 껄끄러운 기류 속에서 산체스 총리의 이번 ‘월드컵 외교 무대’ 행보에 전 세계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