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으로 이사 못가” 보증금 23%만 냈던 장기전세 퇴거 논란, 이제부터 시작 [부동산360]

20년 계약 만기, 내년부터 본격 도래
입주민들 “계약 연장·분양전환” 요구 확산 전망
서울시 “퇴거 원칙 불변”…도입 20주년 성과 점검


서울 시내 빌라가 빼곡한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이 입주민들의 퇴거를 앞두고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입주민들은 보증금을 돌려받더라도 집값 상승으로 인해 대체 주거지 확보가 어려운만큼 계약 연장, 분양 전환을 본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지만, 내년부터 만기 도래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이같은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송파구, 강동구 일대 일부 단지에서 장기전세주택을 둘러싼 잡음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송파구 장지동 송파파인타운의 장기전세주택 입주민 200명이 모여 서울시에 계약연장 및 개별· 단계적 분양을 요구하는 설명회를 가졌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조성한 송파파인타운은 국민임대와 장기전세 등 공공임대 비중이 높은 곳으로 알려져있다. 내년부터 장기전세주택의 20년 계약 만기가 순차적으로 돌아오면서 입주민들은 주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강일리버파크, 강일리엔파크 입주민들이 재계약 보장과 분양전환을 요구한 안내문 [부동산 커뮤니티]


지난 5월에는 강동구 강일리버파크, 강일리엔파크 장기전세 입주민들이 재계약 보장과 분양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당시 안내문에는 “23% 보증금으로 20년 안정 거주를 약속하는 서울시의 약속을 믿고 강일동에 터를 잡았다”며 “2027년부터 만기가 도래하면 시세 10억원 집에 전세 세대는 보증금 3억원만 받고 나가야 하는데, 동일단지 재계약도 불가능하다”고 적혔다.

서울시는 2007년 “주택을 소유에서 거주로 전환한다”는 기조 아래 ‘장기전세주택’을 도입했다. 주변 시세의 약 20~30% 수준의 보증금으로 최장 20년 거주를 보장하며, 낮은 주거비로 서민들의 주거를 안정시키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서울 집값이 크게 뛰면서 상황이 변했다. 입주민들은 20년간 장기 거주해온만큼 주거 기여도를 인정해 대책마련에 나서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의 입장은 명확하다. 만기 물량을 기존 입주민에게 재배정하는 대신 신혼부부 등을 위한 ‘미리내집’ 등으로 전환해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정 단지에 예외를 인정하면 다른 장기전세주택에서도 같은 요구가 잇따를 수 있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며 “퇴거 원칙에는 변함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확고한 입장에도 계약 만료를 앞둔 장기전세주택이 줄줄이 대기중인만큼 분양전환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내년에는 총 3개 단지(송파파인타운·마곡수명산파크·신월동 동도센트리움)에서 310세대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2028년에는 682세대, 2029년에는 1747세대로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장기전세주택 도입 20주년을 앞둔 서울시는 제도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기전세가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에 어떤 효과를 거뒀는지, 도입 취지대로 운영됐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라며 “SH와 장기전세주택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지 등을 얘기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