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매체, 필리핀인을 원숭이 묘사…필리핀 “인종차별” 외교 갈등

2026 환태평양훈련이 진행 중인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서 국내 조선소가 건조한 호위함인 필리핀 미겔 말바르함이 취재진에 공개되고 있다. 2026.7.9 [국방일보 제공]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중국 관영매체가 필리핀인을 원숭이로 묘사한 인공지능(AI) 영상을 제작해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가 필리핀 정부의 강한 반발을 외교 갈등이 벌어졌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AP 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관영 영문 매체 차이나데일리는 최근 필리핀인을 원숭이로 묘사한 AI 영상을 자사 페이스북 계정에 게시했다.

문제의 영상에는 필리핀 전통 의상을 입은 원숭이가 미국과 일본을 상징하는 사람 팔의 지시에 따라 노래를 부르는 듯한 장면이 담겼다. 원숭이는 “멍청하다”는 말을 들은 뒤 “남중국해 중재 판정”이라고 적힌 종이를 꺼내 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로 내던져진 뒤 물대포 공격을 받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이 영상이 SNS에 게시된 시점은 지난 10일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 판결 10주년을 맞아 필리핀이 기념행사를 연 날과 겹친다.

중국은 그동안 남중국해에 ‘U’자 형태의 9개 선, 이른바 구단선을 긋고 그 안의 대부분 영역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필리핀은 2013년 중국이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위반했다며 PCA에 소송을 제기했고, 2016년 사실상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당시 PCA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한 채 지금까지 필리핀은 물론 베트남·대만·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 동남아 국가들과 마찰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필리핀은 2022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 이후 전임 정권의 친중 노선을 뒤집고, 남중국해 영유권 수호를 위한 관련 법까지 제정하며 중국에 강경하게 맞서는 중이다.

필리핀 외교부는 해당 영상에 대해 “인종차별적이고 심각하게 모욕적”이라며 “불쾌해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무책임한 자료를 삭제하라”며 중국이 공론장에서 존엄성과 존중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부 장관도 성명을 통해 최근 중국 공산당의 행태가 명백해 더 이상 무시하거나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이번 사건이 중국이 안정적이거나 신뢰할 수 있는 이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드러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해당 영상이 자국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별도로 논평할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의 영상은 현재 차이나데일리 페이스북 계정에서 삭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