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고정금리 갈아타면 월 20만원 더 낸다고”…금리 올라도 변동형 택하는 이유

한은 긴축 돌입…대출 전략 고민빠진 차주들
5대 은행 변동형, 고정형보다 1%P가량 낮아
변동형 선택 시 당장 이자비용 절감 가능
스트레스 DSR 적용땐 고정형 대출 한도 많아


서울 한 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헤럴드DB]


[헤럴드경제=서상혁·정호원 기자] #2년 전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6억원을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이모 씨는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소식에 고민이 커졌다. 현재 연 4.2% 수준의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지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여 할 지 망설여진다. 다만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1%포인트가량 높아 매달 늘어날 원리금 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달 말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아파트 잔금을 치러야 하는 김 모 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연 4%대 초반의 6개월 변동금리와 연 4%대 후반의 5년 고정금리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고된 만큼 변동금리의 상승 가능성이 우려되지만, 현재 금리 차이가 1%포인트 가까이 나는 데다 변동금리를 선택할 경우 스트레스 DSR 적용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한국은행이 3년 반 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대출 전략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는 장기간 금리를 고정하는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이 유리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최근 고정형 금리가 변동형보다 최대 1%포인트 가까이 높아지면서 차주들의 선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변동형 대출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지만, 강화된 스트레스 DSR 규제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불리하다. 전문가들은 한도와 금리 중 우선순위를 확실하게 정하는 것부터가 대출 전략의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 등 5대 은행의 지난 16일 기준 고정형 대출 금리는 연 4.77~7.49%, 변동형(신규코픽스 6개월) 대출 금리는 4.13~6.58%로 집계됐다. 고정형 금리 상단이 0.91%포인트 높았다.

고정형과 변동형 금리 차이는 최근들어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고정형 금리 상단이 변동형 대비 0.36%포인트 높았지만, 이듬해 3월 3일에는 0.59%포인트로 그 차이가 더 커졌다. 지난 15일에는 1.04%포인트로 벌어지기도 했다.

금리 차이가 확대된 배경에는 두 상품의 준거금리 차이가 있다. 고정형 대출은 은행채 5년물 금리를 준거로 하는데, 이는 시장금리 지표인 국고채 금리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올해 상반기 중동 사태 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상승했고, 이에 따라 은행채 5년물 금리도 지난해 말 연 3.499%에서 지난 16일 연 4.428%로 약 0.9%포인트 올랐다.

반면 변동형 대출은 은행권 자금조달 비용을 반영하는 신규 코픽스를 준거금리로 삼는다. 코픽스는 후행성 지표인 데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릴 유인이 크지 않아 상승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다.

통상 금리상승기에는 장기간 금리를 묶어두는 고정형 대출을 받는 편이 이자 부담을 줄일 방법이다. 금융당국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금리상승기 고정형 대출을 권장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각 은행은 변동형 대출에서 고정형 대출로 갈아탈 때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고정형 금리가 변동형 대비 큰폭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요즘엔 좀처럼 차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차주 비중은 58.4%로 지난 2021년 6월 60.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씨는 “고정형 금리가 조금만 더 낮았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갈아탔을 것”이라며 “당장 매달 내야 할 이자만 수십만원 차이라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16일 기준 두 대출의 상단 금리로 3억원(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을 대출받을 경우, 고정형(연 7.49%)의 월 원리금은 209만원이다. 반면 변동형(연 6.58%)의 월 납입 원리금은 191만원으로 약 20만원 더 적었다.

은행들은 당분간 변동금리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대출 담당자는 “금리 차이도 크고 현재 변동형 대출의 준거금리인 코픽스 상승 속도가 금융채보다 느리다는 점에서 일단 당장의 이자 비용이라도 아껴보자는 분위기”라며 “대출 금액이 크지 않다면 일단은 더 낮은 금리대를 유지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변동금리가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대출자의 우선순위가 ‘한도’에 있다면 고정금리가 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이 변동형에 대해서는 강화된 DSR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한도가 더 줄어들 수 있다.

금융당국의 3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에 따라 고정형(주기형) 대출은 DSR 계산 시 기존 금리에 약 1.2%포인트, 변동형 금리는 약 3%포인트가 가산된다. 은행권에선 DSR이 40%를 초과하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

헤럴드경제가 모 시중은행에 의뢰한 시뮬레이션 결과, 연봉 1억원 직장인이 연 5.5%의 금리로 고정형 주택담보대출(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을 받을 경우 대출 한도는 5억1600만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 4.5%의 변동형 주담대를 받았을 경우는 4억7600만원으로 4000만원가량 한도가 줄었다.

전문가들은 대출 전략을 짤 때 이자 부담과 한도 중 어떤 것을 더 우선시할 것인지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은진 레오대출연구소 대표는 “변동금리를 선택하게 되면 스트레스 DSR이 작동을 하게 돼 한도가 많이 줄어든다”며 “오래 쓸 자금이 아니거나 금액이 적으면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겠지만, 소득이 높지 않으면서 주택 구매를 준비하는 차주들은 대부분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