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매출 증가분 절반이 화물…여객 증가액도 추월
美 AI 관련 수입 99% 증가…반도체·서버랙 운송 확대
유가 하락에도 화물 요금은 높은 수준 유지 전망
![]() |
| 대한항공의 자회사 한국공항 직원이 화물을 싣는 기계인 벨트 로더를 활용해서 기체에 물건을 싣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대한항공이 올해 2분기 화물 운송으로 벌어들인 매출이 전년 대비 5000억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화물을 실어 나른 양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산세에 반도체와 서버 장비 등 제때 운송해야 하는 고부가가치 화물이 늘면서 대한항공이 화물 운송 과정에서 받은 평균 요금이 40% 이상 급등했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2분기 화물 수송량은 21억9300만톤㎞로 전년 동기보다 3.0% 증가했다.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공급 능력은 4.5% 늘어난 30억7600만톤㎞다. 공급 증가 폭이 실제 물량 증가 폭을 웃돌면서 화물 적재율은 72.3%에서 71.3%로 1.0%포인트 낮아졌다. 물량과 화물칸을 채운 정도만 보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반면, 화물 1톤을 1㎞ 운송하고 받은 평균 수입을 의미하는 평균 운임은 496원에서 703원으로 41.8% 올랐다. 화물은 3% 더 나르는 데 그쳤지만, 같은 무게의 화물을 같은 거리만큼 운송하고 받은 돈은 40% 넘게 늘어난 셈이다.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 인상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화물 노선수익은 전년 동기보다 46.1% 증가한 1조5419억원을 기록했다. 증가액은 4865억원으로, 같은 기간 국제선과 국내선을 합친 여객 노선수익 증가액 4514억원을 웃돌았다.
노선별로는 미주 노선의 화물 매출 증가폭이 가장 컸다. 올해 2분기 미주 화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 늘며 전체 화물 실적을 이끌었다. 유럽 노선도 40% 증가했고, 동남아와 중국 노선은 각각 51%, 49% 늘어 주요 장거리·중거리 노선 전반에서 운임 강세가 확인됐다. 일본 노선은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57% 늘어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대양주와 국내선도 각각 28%, 5% 증가했다.
대한항공의 전체 매출 증가분 1조340억원 중 약 47%가 화물에서 발생했다. 전체 매출에서 화물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분기 약 27%에서 올해 약 31%로 높아졌다.
대한항공의 2분기 전체 매출은 5조19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연료비 급증으로 34.4% 감소한 2618억원에 그쳤지만, 시장 예상치는 크게 웃돌았다. iM증권과 KB증권은 당초 600억~700억원 수준이었던 시장의 영업이익 전망을 실제 실적이 약 4배 웃돈 배경으로 화물사업의 강세를 꼽았다.
![]() |
| 대한항공 화물 부문 평균 운임 변화 |
화물 실적을 견인한 것은 운송 가격 상승이다. KB증권은 2분기 화물 요금 상승으로 발생한 추가 매출 효과를 약 2683억원으로 추산했다.
화물 요금 상승은 급등한 연료비를 일부 흡수하는 역할도 했다. 대한항공의 2분기 연료비는 1조9991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513억원, 110.9% 증가했다. 영업비용 증가분 1조1711억원의 대부분이 연료비에서 발생했다.
KB증권은 여객과 화물의 평균 요금 상승으로 발생한 추가 매출이 7046억원에 달해, 연료비 증가 요인의 약 67%를 가격에 반영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화물은 운송 수요가 강하고 배송 시점이 중요한 품목이 많아 연료비 증가분을 요금에 반영하기 상대적으로 용이했다는 설명이다.
연료 효율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여객 공급과 화물 공급은 모두 전년보다 4.5% 늘었지만, 연료 사용량 증가율은 약 0.6%에 그친 것으로 추정됐다.
![]() |
| 공항 지상조업 근로자들이 대한항공 항공기에서 화물을 내리고 있다. [헤럴드DB] |
화물 요금을 끌어올린 가장 큰 배경은 AI 설비 투자 확대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서버랙, 전력 장비, 네트워크 장비 등 무겁고 가격이 높은 부품이 대규모로 투입된다.
이들 품목은 빠른 배송이 중요하다. 데이터센터 건설이나 반도체 생산 일정이 늦어질 경우 발생하는 손실이 항공 운송비보다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는 화주가 더 높은 요금을 부담해서라도 항공편을 확보하게 된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 4~5월 미국의 반도체와 AI 서버·관련 장비 수입액은 전년 동기보다 99.1%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항공화물 수출 물량은 9.2%, 대만 타오위안공항의 수출 물량은 18.3% 증가했다. 주요 AI 장비의 가격까지 오르면서 전체 제품 가격에서 운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졌고, 높은 항공화물 요금에 대한 화주의 부담도 상대적으로 줄었다.
대한항공 화물 매출은 주요 노선에서 고르게 늘었다. 2분기 미주 노선 화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 늘었다. 구주 40%, 동남아 51%, 중국 49%, 일본은 57% 늘었다. 대한항공 전체 화물 노선 매출에서 미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51%에 달했다.
대한항공의 화물사업 경쟁력으로 전용 화물기와 노선망, 동북아시아의 지리적 입지가 꼽힌다. 대한항공은 현재 B747 계열 화물기 11대와 B777F 12대 등 총 23대의 화물기를 보유하고 있다. 여객기 화물칸에 의존하는 항공사보다 대형·중량 화물을 안정적으로 운송할 여력이 크다.
대한항공은 반도체와 서버랙에 이어 AI 데이터센터용 변압기 등 대형 중량 화물 유치도 확대할 계획이다. 인천과 미국 뉴욕 화물터미널에 자동화 설비를 확충하고, 화주가 온라인에서 운임과 항공편 일정을 확인한 뒤 곧바로 예약할 수 있는 플랫폼도 도입하기로 했다.
![]() |
|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공항 임직원들이 ULD로더를 활용해 화물기 선두 쪽으로 물건을 적재하고 있다. [한국공항 제공] |
증권가에서는 화물 요금이 2분기 703원에서 일시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iM증권은 3분기 화물 일드를 618원, 신한투자증권은 646원, KB증권은 683원으로 각각 예상했다. 2분기보다는 3~12%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3분기 493원과 비교하면 25~39% 높은 수치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화물 수요가 공급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집계 기준 세계 항공화물 수송량은 5월 전년 대비 6.0% 증가했지만, 공급은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아울러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될 경우 화물사업의 이익 기여도는 더 커질 수 있다. iM증권은 3분기 항공유 가격이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보다 낮아지는 효과가 영업이익에 약 2000억원의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관세 정책 변화, 전자상거래 소액화물 규제, 지정학적 변수는 부담이다. 고운임이 장기간 이어지면 화주가 해상운송으로 일부 물량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대한항공은 수요 변화에 맞춰 노선을 조정하고 고정 계약 물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변동성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