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줄 알았는데” 계엄 이튿날 개봉 ‘비운의 영화’…깜짝 역주행 ‘대반전’

재개발·내집마련 욕망 다룬 ‘원정빌라’
개봉 전날 밤 비상계엄 선포 ‘불운’
극장가 냉각에 저조한 흥행 성적표
5일 넷플릭스 공개 이후 상위권 유지


영화 ‘원정빌라’ [㈜케이드래곤 제공]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2024년 겨울,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 개봉하며 얼어붙은 시국의 ‘직격탄’을 맞았던 비운의 영화가 2년여 만에 안방극장에서 설욕의 기회를 맞고 있다. 그해 12월 4일 개봉한 현실 공포 영화 ‘원정빌라’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7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원정빌라’는 공개 첫 주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1, 2위에 오른 데 이어, 공개 2주 차에도 상위권을 지키며 안방극장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재개발을 기다리는 낡은 빌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원정빌라’는 위층과의 주차 시비로 인한 작은 다툼이 이웃들을 사이비 종교로 물들이고, 이 과정에서 평범했던 얼굴들이 전혀 다른 공포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아낸 공포 영화다.

영화는 재개발, 그리고 내 집 마련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시대의 욕망과 사이비 종교, 이웃 간의 불신이 하나로 뒤엉킨 현실 공포를 그려내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개봉 전날 밤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극장가 전체가 얼어붙어버렸고, 결국 영화는 계엄과 이어진 탄핵 정국 속에서 힘겨운 상영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실제 제작사 등에 따르면 당시 여의도 일대가 탄핵 촉구 집회로 마비되면서 인근 무대인사가 취소 위기에 놓이는가 하면, 제작진과 배우들이 극장까지 뛰어가 행사를 강행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영화 ‘원정빌라’ [㈜케이드래곤 제공]


영화 ‘원정빌라’ [㈜케이드래곤 제공]


결국 ‘원정빌라’는 순풍 한 점 없는 시국 속에서 흥행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개봉 약 1년 7개월 만에 넷플릭스 공개와 함께 존재감을 드러내며 ‘대반전’의 역사를 쓰게 됐다.

안방극장에서 ‘원정빌라’를 관람한 시청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귀신보다 이웃이 무섭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등 다양한 평가와 함께 오래된 빌라라는 익숙한 공간을 적극 활용한 김선국 감독의 연출에 대한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평범한 주부에서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섬뜩할 정도로 설득력 있게 표현한 문정희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의 불안과 분노를 현실적으로 그려낸 이현우, 미스터리한 캐릭터를 긴장감 있게 표현한 방민아의 연기도 영화의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또한 영화는 편집·음악·오프닝 시퀀스 등 후반 작업의 20~30%를 인공지능(AI) 기술로 처리해 제작비 30%를 절감한, 한국 최초 AI 기반 상업영화라는 이색 타이틀도 갖고 있다.

제작사는 “극장에서는 계엄이라는 진짜 현실 공포 속에 조용히 막을 내렸지만, 귀신 대신 인간의 욕망과 집단심리를 그린 영화가 어떤 흥행을 이어갈지 이목이 쏠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