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 가치 42% 감소할 수도…‘건강한 식단’ 뜨면 소·양 4억 마리가 사라진다 [후암동 논문 연구소]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전 세계 사람들이 건강한 식단으로 바꾸면 2050년까지 축산업의 생산 가치가 지금보다 42%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기를 생산하는 소·양·염소도 4억 마리 넘게 사라진다. 단순히 식탁만 바뀌는 게 아니라 지구 농업의 구조 자체가 다시 짜인다는 뜻이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2026년호에 미국 코넬대와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LSHTM) 등 국제 연구팀은 세계가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식단으로 전환할 경우 농업의 생산량과 경제적 가치, 땅 사용이 지금까지의 흐름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꺾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AP]


‘건강한 식단’을 숫자로 돌려보니


연구팀이 가정한 건강한 식단은 국제 위원회 ‘이트-랜싯(EAT-Lancet)’이 2025년 제시한 기준이다. 붉은 고기와 설탕은 줄이고 채소·과일·견과류·콩을 늘리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 조건을 세계 경제모델 10개에 각각 입력해 ‘지금 추세가 이어질 때’와 ‘건강한 식단으로 전환할 때’ 2050년의 농업을 비교했다.

결과는 대부분 한 방향을 가리켰다. 건강한 식단으로 전환이 이뤄지면 2050년 농업 생산량은 지금 추세를 따를 때보다 17% 줄어든다. 생산의 경제적 가치는 1조6000억달러(약 2400조6000억원)로 약 26% 낮아진다. 연구팀은 열 개 모델 중 대다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며 이 결론의 신뢰도가 높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소·양은 지고 채소·과일은 뜬다


가장 크게 흔들리는 건 축산이다. 붉은 고기인 소·양·염소의 생산량은 지금 추세보다 53% 줄어든다. 고기를 생산하는 동물 수로는 4억 마리 넘게 감소해 1996년 수준으로 되돌아간다.

축산 전체의 생산 가치는 2020년과 비교해 42% 줄어든다. 2050년 지금 추세를 따를 때와 비교하면 격차는 60%까지 벌어진다.

[롯데마트 제공]


반대로 채소·과일·견과류·콩은 커진다. 생산량은 지금 추세보다 23% 늘고, 재배 면적도 26% 넓어진다. 전체 농업 생산 가치에서 축산이 차지하는 몫은 36%에서 20%로 줄고, 채소·과일 등의 몫은 34%에서 58%로 뛴다.

밥상의 무게중심이 고기에서 식물로 옮겨가는 셈이다.

설탕과 곡물도 줄어든다. 설탕 작물은 지금 추세보다 34%, 곡물은 23% 생산이 감소한다.

또한 전환이 이뤄지면 2050년까지 농업용 땅이 2억7400만㏊ 줄어든다. 연구팀은 지난 2000년 사이 가장 큰 폭의 감소라고 밝혔다. 한반도 면적의 열두 배가 넘는 땅이다.

1700년부터 2050년(추정)까지 농지 변화. 초록색은 방목지, 파랑색은 경작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2026년호]


다만 건강한 식단으로 전환되지 않고, 지금 추세대로라면 농지는 오히려 6% 늘어난다. 건강한 식단으로 바꿀 때만 방향이 반대로 꺾인다.

땅이 줄어드는 핵심 이유는 가축이다. 소·양처럼 넓은 풀밭에서 기르는 동물이 줄면 방목지도 함께 준다. 연구에 따르면 방목지는 2020년보다 10% 감소한다. 다만 이 땅이 곧바로 밭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방목지의 약 65%는 작물을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아 농업에서 아예 빠질 가능성이 크다.

[게티이미지뱅크]


건강한 식단은 사람과 환경에 이득, 문제는 손해


건강한 식단으로의 전환은 환경에도 이득이다. 농업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이산화탄소 제외)는 지금 추세보다 34% 줄어든다. 땅을 새로 개간하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85%까지 감소한다.

건강한 식단이 모든 지역에 자리 잡으면 성인 사망자가 매년 1500만 명 줄어든다는 계산도 나온다.

문제는 이득과 손해가 고르게 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강해지는 이득은 사회 전체에 넓게 퍼지지만, 손해는 축산업처럼 특정 부문에 집중된다.

연구팀은 소·양 생산 가치가 크게 줄면 중소 규모 축산 농가가 시장에서 밀려나고 축산에 기댄 농촌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여러 경제모델의 예측을 종합한 것으로 실제 결과는 각국이 어떤 정책을 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참고논문


DOI : 10.1038/s41586-026-10775-2

논문 정보 : Gibson, M., Sundiang, M., Mason-D’Croz, D. et al. Food systems transformation would reshape global agriculture. Nature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