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반토막 났다” “손님 구경도 못했다” 폭염이 야속한 전통시장 [세상&]

전통시장, 불볕더위에 상인들 울상
7월 전통시장 경기전망지수 악화
“덥고, 비 내리면 손님 거의 없다”
야간 음식문화 사업 등 모객 사업도


서울 광진구 화양제일골목시장에서 전과 옥수수를 파는 하동림(64) 씨의 매장에 설치된 초인종. 시장 손님이 줄어들자, 불판과 더위 앞에서 손님을 기다릴 수 없어 낸 자구책이라고 한다. 윤승현 수습기자


[헤럴드경제=윤승현 수습기자·이영기 기자]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전통시장이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불경기에 극한 날씨까지 더해지니 손님 발길이 뚝 끊긴 탓이다

매일 영상 30도를 넘는 낮 기온, 더위를 고스란히 느껴야 하는 전통시장은 ‘죽을 맛’이다. 성수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매출에 일찍 장사를 접는 상인도 보였다.

지난 15일 오후 3시30분께 기자가 찾은 서울 광진구 화양제일골목시장은 휑한 모습이었다. 상인들은 찜통 더위를 피하고자 작은 선풍기로 땀을 식히고 있었다.

현대식 지붕이 없어 햇볕에 그대로 노출된 시장에는 행인보다 상인이 더 많았다. 사방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도 오가는 사람의 발을 붙잡기엔 역부족이었다.

화양시장에서 옥수수와 전을 만들어 파는 하동림(64) 씨는 손님이 없어 자리를 비우는 게 낫다고 생각해 가게에 초인종까지 달았다.

그는 “매장 안은 철판 때문에 덥고 밖은 햇볕 때문에 더워서 근처에 들어가 있다가 초인종이 울리면 나온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까지 가게에서 전을 사 간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하씨는 “요새는 아예 장사가 안된다”며 “날 시원할 때랑 비교하면 매출이 2배 가까이 차이 난다”고 했다.

대학가라는 특수한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닭강정 가게를 운영하는 40대 최정 씨는 “폭염도 폭염이지만 대학가라 방학에는 사람이 쭉 빠진다”며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땐 더 크게 체감한다”고 했다. 토스트 가게 사장 김인경(64) 씨도 “유학생들도 본국으로 다 돌아가는지 이 기간에는 없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서울 광진구 화양제일골목시장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손중하(78) 씨가 무더위에 상한 잎을 정리하고 있다. 윤승현 수습기자.


꽃집 사장 손중하(78) 씨는 물건 품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더위에 상한 이파리를 잘라내던 손씨는 “여름은 더위에 장마까지 있어 꽃들이 쉽게 망가진다”며 “상태가 안 좋아서 재고도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화양제일골목시장 상인회 관계자 장미향 씨는 “뉴스를 보면 ‘우리나라 경제 좋아졌다’고 하는데 소상공인들은 너무 힘들다”며 “코로나 때는 지원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올 이유가 아예 없어졌다”고 전했다.

‘힙한’ 관광 코스로 입소문을 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도 여름이 달갑지 않긴 마찬가지다. 그릇도매상가 등이 있는 실내 상가는 타격이 거의 없지만 실외는 날씨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

지난 14일 오후 야외에서 만난 60대 김모 씨는 휴가철 특수를 못 느끼고 있었다. 옷 가게를 하는 김씨는 “여름은 휴가철인데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다”며 “어버이날이 있는 5월 대목과 비교하면 매출이 배로 차이 난다”고 말했다.

옷과 모자를 파는 정성훈(57) 씨도 “날이 더워도 비가 내려도 다 상가 안으로 들어가 버리니 밖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이날도 4시께 소나기가 쏟아졌다. 상인들이 매대에 비닐을 덮는 동안 거리에 있던 외국인 관광객들은 발 빠르게 상가로 들어갔다.

채소 가게를 운영하는 이종남(70) 씨는 여름철이면 물량 자체를 적게 준비한다. 그는 “재래시장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요즘은 인터넷으로 다 되니까 나와서 안 사지 않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5일 오후 3시 서울 광진구 화양제일골목시장에 오가는 손님이 거의 없는 모습. 윤승현 수습기자


상인들의 근심은 수치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26년 6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7월 전통시장 경기전망지수(BSI)는 70.7로 전월 대비 12.5포인트 하락했다.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악화를 의미한다. 전통시장 상인들이 꼽은 하락 원인은 경기 악화와 계절적 비수기 등이었다.

마케팅 전략이 부족하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름철 이벤트를 준비해서 전통시장에 오면 ‘피서’를 할 수 있다는 식의 마케팅도 필요하다”며 “또 이용객들이 중간중간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아이스방’ 도입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대부분 전통시장에 공실이 많기 때문에 활용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통시장으로 이용객을 모으기 위해 서울시도 맞춤 사업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야간 음식문화 활성화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무더운 날씨에 전통시장 이용객이 줄어드는데, 지원 사업으로 매출액과 방문객 증대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