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전 혁신가’ 경질에 우크라이나 분열…‘복귀 촉구’ 시위 폭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게티이미지닷컴]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우크라이나에서 첨단 드론 전술을 지휘하며 ‘기술 전쟁’을 이끌어온 미하일로 페도로우(35) 국방장관이 전격 경질, 우크라이나 정국이 거센 폭풍우에 휩싸였다. 군부 기득권 세력과의 노선 갈등 끝에 단행된 이번 해임에 반발해 현장 지휘관이 동반 사직했다. 전시 계엄령 속에서도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미하일로 페도로우 국방장관은 16일(현지시간) 공식 소셜 미디어에 “국방장관으로서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며 사임의 뜻을 밝혔다.

그는 재임 기간 국산 드론 개발 확대와 러시아군의 스타링크 무단 사용 차단 등을 주요 성과로 꼽으며, “비대칭 전술과 혁신의 속도로 적을 제압하겠다는 임무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올해 1월 취임한 페도로우 장관은 국방 조달 체계를 개혁하고 무기 구매 방식을 디지털화하는 등 우크라이나 군의 체질 개선에 일조했다. 그러나 스타트업 경영 방식을 차용한 그의 급진적인 개혁 드라이브는 군부 원로들과의 극심한 마찰을 낳았다. 특히 올렉산드르 시르스키(60) 군 총사령관을 비롯한 정통 군부 세력은 보병 중심의 정통 전술을 고수하며 페도로우의 ‘드론 제일주의’와 사사건건 충돌했다.

페도로우 장관은 경질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러시아를 이길 비대칭 전술을 고민하는 대신, 나라를 어떻게 분열시킬지만 궁리했다”며 해임 배경에 군 수뇌부와의 암투가 있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경질의 파장은 즉각적이고 파괴적이었다. 우크라이나 공군 부사령관이자 드론 전술의 핵심 지휘관인 파블로 옐리자로우가 장관 경질에 항의하며 전격 사직원을 제출했다.

전시 상황에선 지극히 드문 대규모 민간 시위도 키이우, 오데사, 하르키우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키이우 대통령실 앞에는 1000여 명의 젊은 시위대가 결집해 “페도로우를 돌려내라”, “승리를 방해하지 말라”고 외치며 군 수뇌부의 퇴진을 요구했다.

일각에선 이번 경질이 페도로우 장관의 급부상에 위협을 느낀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견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가장 신뢰받는 공직자로 꼽힌 그가 차기 대권 잠룡으로 부상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군부의 손을 들어주는 방식으로 그를 주저앉혔다는 해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초 공언과 달리 반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의회에 후임안(이호르 클리멘코 내무장관 등) 제출을 미루며 “국방부와 합참 간의 갈등이 통제 불능 수준이었다”고 해명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선 모습이다.

AP통신은 “이번 개각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