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 공주 두고 36촌을 양자로?…日, ‘남성 일왕’ 편법 승계 길 열었다

나루히토 일왕 부부가 몽골 국빈 방문을 위해 작년 7월 6일 하네다 공항에서 정부 전용기를 타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일본 의회가 왕실의 대가 끊기는 것을 막기 위해 왕위 계승 규정을 대폭 손질했다.

일본 국회 참의원은 17일 본회의에서 옛 왕가의 남성을 양자로 입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황실전범’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나루히토 일왕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30촌 이상의 먼 친척 남성이 왕위를 이어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옛 왕족 남성을 양자로 들였을 때, 양자 본인은 왕위에 오를 수 없지만 그가 낳은 아들(남계 남성)에게는 황위 계승권을 부여한다는 대목이다. 황실전범의 부칙이 아닌 본칙이 바뀐 것은 1949년 이후 77년 만이다. 개정안에선 여성 왕족이 결혼한 뒤에도 신분을 유지하며 황실에 남을 수 있도록 조정했다.

다만 이 개정안은 정계와 여론 안팎에서 후폭풍을 맞고 있다. 양자 후보군으로 꼽히는 옛 왕가 남성들은 현 나루히토 일왕과 600년 전 조상을 공유하는 36~38촌 사이다.

현지 언론과 야당은 국민적 지지율이 높은 아이코 공주를 배제한 채 ‘남계 남성 승계’라는 가부장적 원칙에만 매몰되어 무리한 편법을 동원했다고 지적했다. 나루히토 일왕 역시 최근 사석과 공석을 불문하고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입법부의 결정에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참의원 본회의에서는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을 유발한 ‘국기손괴죄’ 신설안도 함께 처리됐다. 일장기를 고의로 훼손하거나 모욕적인 방식으로 더럽힐 경우 최고 2년의 구금형 또는 20만 엔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유죄 확정 판결 이후 결정적인 무죄 증거가 나와 재심이 결정됐을 때, 검찰이 이에 불복해 항고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통과되어 법조계의 오랜 숙원이 일부 해결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