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일본 제쳤다…“CD플레이어 없어도 BTS 음반은 산다”

K-팝 최대 수입국 미국 1위
중국은 2위, 일본은 3위
CDP 없어도 BTS 음반 구매


방탄소년단 13주년 기념 부산 콘서트 [빅히트뮤직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스트리밍은 음악 산업 지형도의 ‘표준’이 된 시대. 그럼에도 음반은 팔린다. 오히려 늘고 있다. 그 중심엔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K-팝이 있다.

17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음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5.0% 증가한 2억5747만8000달러(약 3823억원)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 수출액은 7411만8000달러(약 1101억원)로 처음으로 일본을 제치고 한국 음반 최대 수입국에 올랐다. 중국이 2위, 일본이 3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데이터 기업 루미네이트(Luminate)는 “K-팝이 음악 산업의 새로운 소비 공식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루미네이트가 최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음악·TV·영화 트렌드 리포트는 방탄소년단(BTS)을 중심으로 한 K-팝이 음반 판매와 유통, 팬덤, 음악 수출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음악 산업의 구조를 다시 쓰고 있다고 진단했다.

“CD 플레이어는 없지만 BTS 앨범은 산다”…실물 음반의 부활


스트리밍 시대에도 미국 실물 음반 시장은 예상 밖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 CD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1630만 장을 기록하며 비닐(LP)의 증가율(2.4%)을 크게 웃돌았다.

롭 조나스 루미네이트 최고경영자(CEO)는 보고서에서 이러한 성장의 상당 부분이 “BTS의 새 앨범 ‘아리랑(ARIRANG)’ 덕분”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BTS를 비롯한 K-팝을 제외하면 미국 CD 판매 증가율은 6.7%에 그친다. 사실상 K-팝이 미국 실물 음반 시장의 회복을 이끈 셈이다.

미국 CD 차트는 이러한 변화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올해 상반기 미국 톱10 CD 앨범 가운데 8장이 K-팝 음반이었다.

엔하이픈 [빌리프랩 제공]


BTS의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이 56만7000장으로 1위를 차지했고, 엔하이픈의 ‘더 신 : 배니시(THE SIN : VANISH)’가 28만 6000장, 에이티즈의 ‘골든 아워 : 파트 4(GOLDEN HOUR : PART 4)’가 26만 3000장, ‘파트 5’가 21만 2000장, 코르티스(CORTIS)의 ‘그린그린(GREEN GREEN)’이 16만 9000장으로 BTS의 뒤를 이었다. 스트레이 키즈의 ‘두 잇(DO IT)’(14만 1000장·6위),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7번째 해: 가시나무 속 정적의 순간(7TH YEAR: A Moment of Stillness in the Thorns)’(12만 3000장·7위), 한미 합작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의 ‘소프트 이즈 스트롱(SIS: Soft Is Strong)’(10만 6000장·10위)이 차트를 촘촘히 메웠다.

더 흥미로운 점은 CD를 구매하는 이유다.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미국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CD 구매자의 절반가량은 CD 플레이어를 갖고 있지 않다. 실물 음반은 음악을 듣기 위한 매체가 아니라 아티스트를 응원하고 소장하는 팬덤의 상징이자 굿즈가 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소비 문화를 K-팝 팬덤이 가장 선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통·소비·언어…K-팝 팬덤이 바꾼 것들


K-팝 팬덤의 구매 방식은 미국 음반 유통 지도까지 바꿔놓았다.

포토카드와 다양한 실물 특전을 포함한 K-팝 앨범을 구매하려는 팬들이 타깃(Target), 월마트(Walmart) 등 대형마트로 몰리면서 매스마켓의 음반 판매 비중은 28.7%까지 확대됐다. 한때 독립 음반 매장과 온라인몰 중심이던 미국 실물 음반 유통 구조가 K-팝을 계기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선 편의점을 통해 K-팝 음반을 구매할 수 있다.

코르티스 [빅히트 뮤직 제공]


루미네이트는 BTS를 단순히 K-팝을 대표하는 그룹이 아니라 글로벌 팝 시장 자체를 움직이는 아티스트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영어 곡과 한국어 곡이 함께 수록된 ‘아리랑’ 앨범은 보고서에서 팝(Pop)과 K-팝 두 장르의 성장 요인”이라며 “K-팝을 별도의 지역 장르가 아니라 글로벌 팝 시장을 견인하는 핵심 축”이라고 강조했다.

K-팝 팬덤이 거대한 규모로 확장되며 한국어 음악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 스트리밍 시장에서 한국어 음악의 점유율은 2023년 0.7%에서 올해 상반기 1.1%로 상승했다. 특히 루미네이트는 이번 보고서에서 한국어를 영어, 스페인어와 함께 독립된 언어권으로 분류해 분석했다. 이는 한국어 음악이 더 이상 일시적인 유행이나 ‘비영어권 음악’의 일부가 아니라 글로벌 음악 시장 하나의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변화다.

미국 음반 시장을 움직이는 K-팝 팬덤은 가장 강력하며 이상적인 소비자였다. 루미네이트는 장르별 팬들의 구매 활동과 참여도를 비교한 결과 K-팝 팬들은 음반과 굿즈를 구매하는 것은 물론 공연 관람,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 SNS 참여까지 적극적으로 이어가는 ‘고밀도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K-팝은 구매와 참여가 동시에 이뤄지는 가장 완성도 높은 팬덤 모델”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