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가 햄버거를 먹는다고? ‘반짝’ 넘어 인스타 릴스 점령했다 [언박싱]

SNS 타고 번진 랜덤깡, 2030 소비문화로
팝마트·편의점까지…랜덤 소비 시장 확대


팝마트에서 판매하는 애니메이션 스폰지밥 캐릭터 피규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해당 캐릭터를 뽑기 위한 랜덤깡이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 박연수 기자


[헤럴드경제=박연수 기자] “나는 이 밤티 아저씨만 안 나오면 되는데…”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팝마트 안국점. 평일 오후인데도 1~2층 매장은 인형 상자를 든 손님들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연신 상자를 흔들고 무게를 비교하며 원하는 캐릭터가 들어 있는지 가늠했다. 계산을 마친 뒤에는 매장 한쪽에서 곧바로 상자를 뜯어 피규어를 확인하기도 했다.

내부가 보이지 않는 상품을 구매해 개봉하는 이른바 ‘랜덤깡’이 2030세대의 새로운 놀이 문화로 떴다. 최근 피규어, 봉제인형, 편의점 가챠까지 품목이 다양해지면서 소비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 IP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조2000억원에서 올해 2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개봉 과정을 담은 ‘언박싱’ 영상이 수백만 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다. 랜덤깡 해시태그(#)는 2만4000개를 넘어섰다. 팝마트 태그는 5만8000개에 달한다.

이날 팝마트 매장에서 가장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 곳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폰지밥 인형과 피규어 판매대였다. 특히 SNS에서 화제가 된 ‘바퀴벌레가 햄버거를 먹는’ 피규어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가격은 1만6000원으로 저렴하지 않았지만, 원하는 캐릭터를 뽑기 위해 같은 제품을 여러 개 구매하는 모습도 보였다.

직장인 A(29) 씨는 “SNS에서 보고 너무 갖고 싶어졌는데 원하는 피규어가 잘 나오지 않아 아쉽다”며 “원하는 캐릭터를 뽑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고, 개봉 영상을 찍어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도 하나의 놀이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팝마트 인사동점에서 사람들이 램덤 박스를 구경 중이다. 박연수 기자


스폰지밥 랜덤 박스에서 나온 스폰지밥과 징징이. 박연수 기자


소비 트렌드는 팝마트 실적으로 이어졌다. 라부부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 팝마트 매출액은 1255억원으로 전년 344억원 대비 261.2% 급증했다. 영업이익도 103억원으로 186.0% 늘었다. 팝마트는 ‘트윙클 트윙클’·‘토이스토리’·‘귀멸의 칼날’·‘스폰지밥’ 등 다양한 글로벌 IP를 잇달아 출시하며 소비층 확대에 나섰다. 오프라인 매장도 더현대 여의도·명동·아이파크몰 용산점 등에 입점했다.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중국 아트토이 브랜드 ‘히얼(HERE)’은 지난 3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대표 캐릭터인 ‘와쿠쿠(WAKUKU)’도 랜덤 박스 형태로 판매하며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편의점도 ‘랜덤깡’ 열풍에 올라탔다. GS25는 지난해 도입한 ‘이치방쿠지’ 키오스크 흥행에 힘입어 올해 3월부터 ‘가챠’ 키오스크를 새롭게 도입했다. 현재 명동IB점·청계천패션2점·홍대클럽점·안성로데오점 등 4개 점포에서 운영 중이다. 이달 중 16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치방쿠지’ 키오스크 매출도 도입 초기인 지난해 6월 대비 올해 6월 45.2% 늘었다.

지난해 2월 처음 가챠 기계를 도입한 CU는 현재 취급 점포를 40개까지 늘렸다. 최근 3개월간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2% 증가했다. CU는 연내 운영 점포를 10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소비자는 무엇을 사느냐보다 어떻게 소비를 경험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며 “랜덤 박스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통제되지 않은 재미’를 제공하고, 원하는 상품이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감 자체가 하나의 놀이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다양한 IP와 결합한 랜덤 상품이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GS25 뉴인사동점에 설치된 이치방쿠지 뽑기 기계에서 ‘아카자’ 피규어를 뽑았다. 박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