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반도체 샀다 팔았다 말고 묻어둬라…미·중 틈새서 ‘지능’ 수출해야”

대한상의 하계포럼 대담서 한국 AI 성장 전략 제시
“단순 메모리 판매 넘어 컴퓨팅 용량 공급해야”
“SK하이닉스 대졸 장벽 허문 것처럼 학벌 시대 끝”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15일 서귀포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9회 제주포럼의 개회사를 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SK하이닉스 주가에 대해 “메모리 반도체는 계속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면 우상향한다”면서 “샀다 팔았다 하지 말고 가만히 갖고 있는게 재산 보전에 좋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17일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 중 인공지능(AI) 관련 대담에서 “AI가 아직은 4살짜리 어린아이지만 성인이 되려면 메모리가 쓰일 수밖에 없다”며 “그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을 긍정하며 이같이 말했다.

대한민국 AI 산업 전략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을 우회한 틈새 시장 공략을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미국은 퀄리티 형태로 접근하는 반면 중국은 가격 우위를 갖겠다는 전략”이라면서 “한국은 토큰 코스트를 낮추기도 힘들고 퀄리티로 미국을 이기기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우리는 인프라를 깔아서 그 위에 우리가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틈새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적 국가들이 선택을 하기 어려운데, 한국이 대형언어모델(LLM)이든 애플리케이션이든 수출해서 팔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메모리만 계속 팔 게 아니라 컴퓨팅 용량을 만들어서 팔아야 한다”고 밝혔다.

AI 시대에 필요한 경쟁력으로는 ▷생각 근육 적응 근육 공감 근육 바디 스킬 등 4가지 근육을 제시했다.

그는 “미래 교육은 주입식이 아니라 인간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을 찾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최근 SK하이닉스가 채용 시 대학 졸업장이 필요 없다고 발표한 것처럼, 대학을 나와야만 인재라는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이어 “AI가 이해하는 척은 할 수 있어도 진정한 공감은 불가능하다. 결국 공감하는 마음과 행동이 미래의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창업과 실패가 잦아질 텐데, 이때 실패를 교훈 삼아 일어나는 회복 탄력성이 좋은 인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AI 발전의 궁극적인 목표가 ‘비용 절감’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AI 에이전트를 학습시켜 생산성을 높인다고 해서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은 아니다”라며 “비용 감축을 먼저 고민할 게 아니라, 남는 인력에게 어떤 새로운 역할을 맡길지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하지 않았던 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업무를 끊임없이 발굴해 전환 배치해야 회사가 성장한다”며 “직원들 역시 특정 직무에 갇히지 않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거듭나거나, 한 회사에만 얽매이지 않는 ‘N잡러’ 형태의 프리랜서로 일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021년 24기 회장을 역임한 데 이어 연임에 성공하며 25기 회장을 역임하며 ‘2기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