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국적 노동자 사망사고…안전조치 미흡 폐기물업체 대표 집행유예

법원 “안전 체계 미구축 책임 인정…유족과 합의 등 참작”

[헤럴드DB]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필리핀 국적 노동자가 폐지 하역 작업 중 집게차에 끼여 숨진 사고와 관련해,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폐기물 재활용업체 대표에게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2단독 지창구 판사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업재해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폐기물 가공·처리업체 대표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집게차 조종수 B씨에게는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이들이 속한 법인 C사에는 벌금 5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A씨 등은 2024년 11월 13일 오전 11시 30분께 경기 용인시 처인구 소재 C사 야적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하역된 폐지를 분류하던 필리핀 국적 노동자 50대 D씨는 B씨가 조종하던 2.4t 크레인 집게차 후면 발판에 올라가 청소 작업을 하던 중, 회전하는 집게 축 사다리와 공구함 사이에 머리가 끼여 현장에서 숨졌다.

지 판사는 “A씨가 경영책임자로서 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거나 작업지휘자를 지정하지 않았고, 협착(끼임) 위험이 있는 장소에 피해자가 출입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조종수 B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작업 중 소음이 크고 고도의 집중이 필요해 피해자가 조종석 밑으로 올라온 것을 인식할 수 없었다”며 과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지 판사는 “평소에도 폐지 선별 근로자들이 하역 작업 도중 차량에 올라가는 일이 종종 있었던 만큼, 피해자가 접근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거나 확인하며 작업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며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 판사는 양형 이유에 대해 “유족에게 산재보험금과 사측 위로금 등이 지급돼 상당 부분 피해 회복이 이뤄졌고 유족이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두루 참작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