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4년만, 고국으로 가라…美, 유학생 비자 4년 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칼라일에서 열린 미 육군전쟁대학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유학생과 해외 언론인의 체류 자격을 대폭 제한하는 초강수 이민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 가능했던 학생비자(F)와 교환방문비자(J)의 체류 기간을 최장 4년으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당장 오는 9월 학기부터 제도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미 국토안보부(DHS)는 16일(현지시간) F비자를 소지한 유학생들과 교환방문 J비자 소지자들이 미국에 최장 4년까지만 머무르도록 하는 최종 규정을 발표했다.

새 규정의 핵심은 ‘체류 기간 고정’이다. 기존엔 정규 교육과정을 밟고 있다는 증명만 있으면 비자가 자동 연장되었으나, 앞으로는 4년이 지나면 무조건 엄격한 재심사를 거쳐 체류 연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 1978년 제도 도입 이후 46년 만의 전면 개편이다.

국토안보부는 이번 조치가 이민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출국을 미루는 이른바 ‘영원한 학생’을 막기 위한 보안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DHS는 “1978년 이후 외국인 유학생들이 정해진 기한 없이 미국에 입국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수천 명의 학생들이 출국을 피하려고 계속 수업에 등록하면서 ‘영원한 학생’이 될 수 있었다”며 “이번 최종 규정으로 이런 악용을 종식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웨인 멀린 국토안보부 장관은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가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이민 사기가 만연하는 환경을 조성해왔다”며 “최종 규정으로 외국인 유학생들이 학업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본래 목적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규정은 신규 비자 발급자뿐 아니라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기존 유학생들에게도 소급 적용돼 한국인 유학생 사회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미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학생비자(F-1)로 미국에 체류 중인 한국인 유학생은 1만 1861명, 동반 가족(F-2)은 1347명. 총 1만 3200여 명이 당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였다. 여기에 J비자(교환방문)를 가진 한국인과 가족 1만 1100여 명까지 더하면 타격 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특히 학업 기간이 긴 학사·박사 학위 과정에서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어학연수 기간이 포함되거나 복수전공·논문 작성 등으로 학업이 조금만 지연돼도 4년 상한선에 걸려 체류 자격을 잃을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전공 변경 역시 까다로운 심사 대상이 된다. 국토안보부는 전공을 바꿔 체류 기간 연장이 필요한 경우 변경 필요성 등을 꼼꼼하게 따지며 엄격한 제한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외국 언론인 비자(I비자) 소지자의 체류 기한도 기존보다 대폭 단축된 240일로 제한된다. 미국 내 한국인 특파원 등 I비자 소지자 349명 역시 앞으로는 240일마다 까다로운 연장 심사를 반복해서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외국인 유학생 규모는 약 180만 명에 달한다. 현지 외신들은 이번 조치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합법 이민 문턱 높이기’의 결정판이라고 분석하며, 글로벌 인재들의 미국 기피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은 관보 게재 후 60일이 지난 9월 중순부터 본격 발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