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FSD 효과에 중고차값 ‘방어’ 성공…1억 넘는 매물도 [여車저車]

테슬라 가격 하락 폭 현대차·기아보다 적어
FSD 기대감…미국산 중고차 프리미엄 붙어
“신차 팔고 중고차 구매” 게시글도 등장


광주신세계 테슬라코리아 팝업스토어 매장에서 고객들이 모델Y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테슬라코리아]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상반기 판매 돌풍을 일으킨 테슬라가 중고차 시장에서도 가격 방어에 성공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감가상각이 크다는 인식과 달리 주요 완성차 브랜드보다 낮은 시세 하락률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일부 중고 테슬라를 대상으로 자율주행 기능인 ‘풀셀프드라이빙(FSD) V14 라이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이에 대한 프리미엄도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테슬라 시세 연초 대비 3% 하락 그쳐…“수요 뒷받침”


인천 연수구 중고차 수출단지에서 바이어들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인천=임세준 기자


17일 국내 최대 직영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에 따르면 테슬라의 1월 대비 6월 중고차 시세는 주요 브랜드 대비 하락 폭이 적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테슬라의 6월 시세는 지난 1월 대비 3.0% 하락하는 데 그쳤으나,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는 4.1%, 기아는 6.7% 하락했다. 수입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도 각각 9.5%, 9.7% 떨어져 테슬라보다 감가 폭이 컸다.

케이카에 따르면 통상 국산 중고차는 연간 10% 안팎, 수입차는 15% 안팎의 가격 하락이 발생한다. 이를 고려하면 테슬라가 가격 방어에 성공했고, 현대차 역시 감가상각이 비교적 적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월별 시세 흐름도 안정적이다. 2월과 3월에는 각각 1.2%, 1.6% 하락했지만, 1월과 4월, 5월에는 시세 변동이 없었다. 6월에도 0.2% 소폭 하락하는 데 그치며 사실상 보합세를 유지했다. 일반적으로 중고차 시세는 매월 1~1.5%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케이카 관계자는 “중동 전쟁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지난해 말 모델3·모델Y 판매가격 인하 영향으로 2~3월 시세가 다소 하락했다”며 “시세가 보합세를 유지했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델3·모델Y FSD 배포…중고가 신차보다 비싸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시니타스에서 테슬라 모델 3 차량이 자율주행 지원 소프트웨어 FSD를 사용해 주행하고 있다. [로이터]


최근에는 FSD 기능이 중고차 가격을 끌어올리는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미국에서 생산된 모델3와 모델Y를 대상으로 FSD V14 라이트를 순차 배포한다고 밝혔다. FSD V14 라이트 버전은 최신 자율주행 컴퓨터 ‘HW4’가 아닌 구형 ‘HW3’에서도 구동할 수 있도록 최적화한 버전이다. 이에 따라 고가 모델인 모델S·모델X·사이버트럭뿐만 아니라 중저가 모델에서도 FSD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델3와 모델Y는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됐지만, 과거에는 미국산 모델이 판매된 바 있다. 모델3는 2019년, 모델Y는 2021년 미국산으로 한국 시장에 처음 출시됐고, 각각 2024년과 2023년부터 중국산으로 생산지 전환이 단계적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일부 미국산 테슬라 중고차에는 프리미엄 붙고 있다. 자동차 거래 플랫폼 엔카에 따르면 중고차 판매자들은 2023년 이전 모델을 중심으로 FSD V14 라이트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주행거리, 사고 여부 등에 따라 시세가 각기 다르게 형성되고 있으나 2021, 2022년식 모델Y가 2024, 2025년식보다 비싸게 판매되는 경우도 나타났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FSD 사용 여부를 이유로 미국산 중고 테슬라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한 이용자는 “신형 모델Y를 구매했지만 중국산이라 언제 FSD를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FSD가 구매의 가장 큰 이유였던 만큼 신차를 판매하고 미국산 구형 모델을 구매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FSD 기능이 중고차 시세에 미칠 영향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FSD 허용이 중고차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한두 달 정도는 지켜봐야 한다”며 “다만 현재 시장에서는 매우 높은 가격이 책정된 특이 매물들이 등장하는 등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