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3배·수수료 3분의 1” 국민연금의 퇴직연금 진격…커지는 금융권의 우려

국민연금 참여 논란 속 기금형 구체안 내달 초 발표
김성주 이사장 “수수료 3분의 1·수익률 3배” 의지
금융권 “규제·구조 달라…DC형 수익률보다 낮아”
“공공기관 기준 시장 7.5%…전면 개방 압력 계속”


내달 초 정부의 기금형 퇴직연금 구체안 발표를 앞둔 가운데, 국민연금의 시장 참여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민연금은 낮은 수수료와 높은 수익률을 앞세워 ‘메기 역할’을 자처했지만, 금융권에서는 공공기관이 재정으로 쌓은 기반을 앞세워 민간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는 반론이 나온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국민연금공단의 기금형 퇴직연금 시장 참여를 둘러싸고 금융권의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3배 수익률, 3분의 1 수수료’라는 높은 수익률과 낮은 운용비용을 참여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운용 구조와 규제가 다른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의 참여가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을 촉진할 구 있다는 기대와 함께 시장 영향력 확대와 공정경쟁 문제를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17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구성된 실무작업반은 이달 말까지 제도 설계를 마무리하고 내달 초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관련 내용을 담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은 오는 9월 마련해 연내 입법을 완료하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 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기업과 가입자별로 흩어진 퇴직연금 적립금을 하나의 기금으로 모아 전문가가 통합 운용하는 제도다. 가입자가 금융사와 개별 계약을 맺고 직접 상품을 고르는 현행 계약형과 구분된다.

도입은 노사정 합의로 확정됐고, 확정기여(DC)형에만 우선 도입하되 민간 금융기관이 설립하는 기금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최대 쟁점인 국민연금공단의 운용 참여 여부는 노사정 협의체에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온라인 설명회에서 “국민연금이 참여하면 민간 금융기관 간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존 대비 3분의 1 정도의 수수료에 3배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국민연금 수익률은 18.8%로 퇴직연금 평균(6.47%)의 약 3배였고, 비용 부담률은 0.089%로 퇴직연금(0.336%)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이다. 참여 범위는 민간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공공기관으로 한정하겠다고 했다.

1층 국민연금이 2층 퇴직연금까지…견제와 균형 흔들 우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두 제도를 같은 잣대로 비교히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계약형 퇴직연금은 기업과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고르는 구조인 데다, 위험자산 투자 한도 70% 등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반면 국민연금은 별도 운용규제 없이 정부 지급보증까지 받아 공격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실제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통계를 사업자별 적립금 비례로 가중평균하면, 확정기여(DC)형 중 실적배당형 가입자의 지난해 수익률은 19.8%로 국민연금(18.8%)을 웃돈다. 수익률 차이는 운용 능력이 아니라 적립 기간과 규모, 규제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싼 수수료’를 앞세우는 것 역시 불공정 경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민연금의 저비용은 국고로 구축한 기반과 이윤을 남길 필요가 없는 비영리 구조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민간과 같은 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금형이 도입되면 사업자 역할이 줄어 민간 수수료도 지금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재정 지원을 받는 공공기관이 더 싼 수수료를 앞세워 들어오는 것은 시장의 경쟁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참여 대상을 공공기관으로 한정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공기관은 전체 사업장의 0.2%에 불과하지만 임직원은 약 40만명으로 퇴직연금 가입 대상 근로자의 3.1%에 달한다. 평균 근속연수는 13.6년, 평균 급여는 7400만원으로 전체 근로자보다 높은 편이다. 이를 적립금 규모로 환산하면 전체 시장의 약 7.5%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공공기관에만 낮은 수수료가 적용되면 민간기업 근로자와 형평성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제도 시행 이후 일반 기업으로 참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주요 대기업의 주주라는 점도 향후 참여 범위를 둘러싼 논의에서 변수로 꼽힌다.

더욱이 이번 논의는 노후소득 보장 체계의 근간과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 노후소득은 국가가 기본을 책임지는 국민연금(1층), 기업이 재원을 대고 민간 금융사가 운용하는 퇴직연금(2층), 개인이 스스로 준비하는 사적연금(3층)으로 층위가 나뉜다. 1층을 맡아온 국민연금이 2층까지 직접 운용하는 것은 층별로 역할을 나눠 온 구조를 바꾸는 일인 만큼, 이미 자본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국민연금의 시장 지배력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운용 방식을 둘러싼 물음도 남는다. 국민연금은 1500조원이 넘는 기금의 약 60%를 외부에 위탁해 운용하고 있어, 기금형 퇴직연금을 맡더라도 결국 민간 운용사에 다시 맡기게 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측은 구체적인 참여 방식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정부 중심으로 근로자의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위한 도입 논의를 진행 중”이라면서 “(퇴직연금 기금형 사업 참여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어서 공단이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