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가고 택시 타면 신용점수 깎인다?…20만건 결제내역의 ‘뜻밖의 경고’

‘소비행태와 신용위험과의 관계’
미시 소비지출, 신용위험 예측에 의미
통신비·카페 높고 교육·스포츠 낮고
“미래 상환 능력 판별에 유용한 정보”
비금융 기반 신용평가체계 개선 바람직


통신, 편의점, 택시, 카페·간식 소비가 많을수록 신용위험도가 높은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챗GPT를 이용해 제작함]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출근길 방앗간처럼 들르는 편의점과 카페, 퇴근길 덥고 지쳐 습관적으로 불러 타는 택시.

이처럼 일상에서 무심코 반복하는 사소한 소비 지출이 신용등급을 깎아내리는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실증 분석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소득의 많고 적음이 아닌 일상적 소비 패턴에 투영된 개인의 행동 성향도 미래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을 예측하는 핵심 지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17일 하나금융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하나금융포커스 중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의 논단 ‘소비행태와 신용위험과의 관계’에 따르면 소비 지출의 신용위험 예측력은 65%로 제한된 정보 하에서 충분한 변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 교수 연구진이 20만여개의 실결제 소비지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증 분석한 결과다. 미시적인 소비지출이 개인의 신용위험을 예측하는 데 상당한 의미 있는 정보를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19개 소분류 항목 중 통신비, 편의점, 택시, 카페·간식에 대한 지출 비중이 높은 차주일수록 신용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반면 교육, 스포츠·운동, 의류, 의료·건강 영역에 지출이 큰 이들은 신용위험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동일한 규모의 자금을 지출하더라도 ‘어느 분야에 소비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신용 평가 결과가 엇갈린 셈이다.

이들 소비지출 항목을 8개의 중분류로 구분해 진행한 분석에서도 인적지출, 문화지출, 육체지출, 필수지출, 기타지출 등 5개 영역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련성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소비지출이 신용위험 분석에 유용한 배경을 자본적 특성에서 찾았다.

예컨대 교육이나 운동, 헬스케어, 문화 활동 등에 대한 지출은 인적·육체적·문화적 자본의 축적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노동 생산성 향상과 소득 증대를 통해 신용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봤다. 기업의 자본재 투자와 유사한 구조다.

그러나 편의점, 택시, 카페 등 즉각적인 편의를 도모하는 소모성 지출은 가처분 여력을 축소시키고 결과적으로 미래의 상환 능력을 떨어뜨려 신용위험을 높인다고 봤다.

남 교수는 “개인의 지출 구성이 관찰되면 시간 선호·위험 회피 성향·자기 통제력 등 직접 측정이 어려운 행동적 특성을 소비 패턴이라는 간접 지표로 추론할 수 있다”며 “이는 차입자의 미래 상환 능력을 사전에 판별하는 데 유용한 추가 정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소비 패턴이 개인 신용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남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소비지출행태가 소득을 통제한 이후에도 개인 신용위험과 유의한 관련성을 보인 실증적 결과는 현재 소득 중심으로 설계된 한국 상업은행의 금리 우대 정책을 소비 행태 기반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소비 패턴으로 현행 금리우대 구조의 사각지대를 보완한다면 소득이 낮은 차주,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씬 파일러 청년층, 비정형 근로자 등은 부수거래 실적이 상대적으로 낮아 우대금리 혜택에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을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남 교수는 봤다.

남 교수는 그러면서 건강정보, 통신정보, 유통정보, 디지털 흔적 등 다양한 비금융정보를 융합해 총량적 금융정보에 기반한 개인 신용평가체계를 대폭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신용평가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를 띄워 비금융정보를 활용하는 대안신용평가 체계를 확대·개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