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보유 유도했는데…상반기 개인투자용 국채 2111억원 중도환매

상반기 환매, 작년 하반기보다 8배 넘게 급증
가산금리 1%p↑에 환매·재매입 유인 확대
“장기 자산형성 취지와 배치” 제도 개선 제언

재정경제부가 자리 잡은 세종시 어진종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뉴시스]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개인투자용 국채의 올해 상반기 중도환매 규모가 2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개인투자용 국채 수요 촉진을 위해 신규 발행분의 가산금리를 대폭 인상하면서 기존 저금리 국채를 중도환매한 뒤 신규 발행분으로 교체 매입하려는 차익 실현 유인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됐다.

17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25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에 따르면 올해 1∼6월 개인투자용 국채 중도환매액은 2111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정부가 일반 국민의 장기 자산형성을 지원하고 국채 수요 기반을 넓히기 위해 2024년 6월 도입한 저축성 국채다.

월별 중도환매액은 1월 337억원, 2월 336억원, 3월 292억원, 4월 376억원, 5월 350억원, 6월 420억원이었다. 1월 중도환매액만으로 지난해 하반기 전체 규모인 248억원을 넘어섰고 6월에는 월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5년물의 중도환매가 가능해진 올해 4월에는 5년물 85억원을 포함해 총 376억원의 중도환매가 발생했다. 지난해 3월 발행된 5년물 790억원 가운데 10.7%인 85억원이 중도환매됐다.

월별·상품별 개인투자용 국채 중도환매 추이 [국회예산정책처]


예정처는 중도환매 급증의 주된 요인으로 가산금리의 급격한 조정을 꼽았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가산금리를 미세 조정해 10년물과 20년물의 합산금리를 각각 3.385%, 3.500% 수준으로 유지했다. 이후 개인투자용 국채 제도 활성화 방안에 따라 올해 1월 발행분부터 10년물 합산금리는 4.410%, 20년물은 4.615%로 각각 1%포인트 이상 상향조정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만기까지 보유하면 가산금리에 연 복리가 적용되고 이자소득 분리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예정처는 합산금리 차이가 만기 실질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존 저금리 국채를 중도환매한 뒤 신규 발행분으로 갈아타려는 차익 실현 유인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환매·재매입 행태는 가산금리 대폭 인상 당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가산금리를 인상한 건 개인투자용 국채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개인투자용 국채 발행액은 1조2057억원으로 연간 목표인 1조30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장기 보유 부담이 있는 10년물과 20년물을 중심으로 청약 미달이 이어졌고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지난해 10월부터는 5년물도 청약 미달을 기록했다.

예정처는 현행처럼 시장금리 변동과 괴리된 가산금리 체계가 유지되는 한 기발행분에 대한 중도환매 압력은 올해 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발행분의 중도환매 가능 시점이 올해 하반기에 차례로 도래하는 만큼 중도환매 규모가 현재 수준을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개인투자용 국채 신규 발행 수요의 일부도 2025년 기발행분의 중도환매에 따른 대체 수요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이를 발행 초기 투자자의 자산 재조정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개인투자용 국채가 분리과세와 복리이자 등을 통해 장기 보유를 유도하도록 설계된 만큼 발행 후 단기간 내 중도환매가 늘어나는 건 제도 본래의 장기 자산형성 지원 목적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고 예정처는 지적했다.

이에 예정처는 가산금리 설정과 조정 과정에서 시장금리와의 연동성을 강화하고 조정 폭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공개해 투자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투자자의 매입 의사결정이 시장금리 전망보다 정부의 가산금리 정책 방향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가산금리가 발행 실적과 기금 부담에 연계된 정책 변수로 운용됐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예정처는 또 미국과 영국 등 개인투자용 국채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는 주요국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인위적인 가산금리 체계를 도입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공자금관리기금이 일반 국고채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하면서까지 개인투자용 국채를 발행하는 현 구조가 지속될 경우 가산금리를 공공자금관리기금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