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 폭등…한인 자영업자 "직원 잡기도, 가게 지키기도 어렵다"

-식당·마켓·병원·사무직 업종 직격탄

-"복지는 줄이고 가격은 올리고"…소기업 생존 전략 변화

건강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HealthCare.gov 웹사이트(AP)


건강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HealthCare.gov 웹사이트(AP)

직장 건강보험료가 내년에도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LA 한인 자영업계의 부담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특히 직원 10~50명 규모의 중소업체들은 인건비와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건강보험료까지 급등하면서 경영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한인 업계에서는 이미 보험료 인상분을 감당하기 위해 직원 부담금을 늘리거나 보험상품을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내년에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한다.

■ 업종별 영향은?

▶ 한식당·카페 등 외식업

외식업은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이다.최근 수년간 캘리포니아 최저임금 인상과 식재료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건강보험료까지 오르면 메뉴 가격 인상 압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직원 수가 많은 식당은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풀타임 직원을 파트타임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 마켓·리커스토어

장시간 근무하는 직원이 많은 마켓과 리커스토어 역시 보험료 부담이 크다.대형 체인과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인건비를 제품 가격에 모두 반영하기 어려워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병원·치과·한의원 등 의료업

직원 복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병·의원도 부담이 적지 않다. 간호사와 의료보조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보험 혜택을 축소하면 인력 유치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 회계·법률·부동산 등 전문직

직원 수는 많지 않지만 전문인력 확보가 중요한 업종이다. 보험료가 크게 오르면 연봉 인상 대신 복리후생을 조정하거나 성과급 중심의 보상체계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 보험료 부담 줄이는 방법은?

전문가들은 소기업들이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① 보험 갱신 전 반드시 여러 보험사 견적 비교

갱신 시 기존 보험만 유지하지 말고 최소 3~4개 보험사의 단체보험 견적을 비교하는 것이 유리하다.

② HMO와 PPO 재검토

직원들의 의료 이용 패턴에 따라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낮은 HMO 상품으로 변경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③ 공제액(Deductible) 조정

공제액이 높은 플랜을 선택하면 월 보험료는 낮아진다. 대신 직원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④ 직원 복지 예산 재설계

건강보험 외에 HSA(Health Savings Account)나 FSA(Flexible Spending Account) 등을 활용하면 직원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⑤ 보험 브로커와 정기 상담

보험시장은 매년 상품과 조건이 바뀌기 때문에 갱신 전에 전문 브로커와 상담해 최적의 플랜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 앞으로 소기업들의 대응은?

업계에서는 내년 이후 한인 소기업들의 대응 방식이 크게 세 가지로 나뉠 것으로 보고 있다.

첫째는 직원이 부담하는 보험료 비중을 높이는 방식이다.

둘째는 보험 보장이 낮은 '브론즈(Bronze)' 플랜으로 전환해 사업주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다.

셋째는 신규 채용을 최소화하고 자동화 설비나 온라인 주문 시스템 등을 확대해 인건비 자체를 줄이는 전략이다.

다만 이러한 대응은 결국 직원들의 실질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보험료 부담이 임금 인상 여력을 잠식하면서 지역경제 전반의 소비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 한인 업계가 주목해야 할 점

보험료 상승은 단순히 복리후생 비용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직원 확보 경쟁력, 가격 경쟁력, 기업 수익성까지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험료는 매년 조금씩 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적 효과가 매우 크다"며 "특히 인건비 비중이 높은 한인 자영업체들은 내년 보험 갱신 전에 비용 구조를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황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