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둔 자영업자 폐업 위험 2.6%↑…최저임금 인상의 ‘부메랑’
결정기준·도급제·업종별 차등까지…40년 최저임금 제도 전면 손질
![]() |
|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계(왼쪽)와 인상 반대를 외치는 소상공인단체.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1만700원으로 결정됐다. [헤럴드경제 DB]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80원(3.7%) 오른 시급 1만700원으로 결정됐지만 정작 누구도 웃지 못했다.
노동계는 누적된 실질임금 감소를 만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반발했고, 소상공인들은 인건비 부담에 아르바이트를 줄이거나 폐업까지 고민하고 있다.
노동자와 사용자의 대립으로 여겨졌던 최저임금 논쟁이 이제는 생계비 부담에 시달리는 노동자와 인건비 부담에 짓눌린 영세 자영업자가 맞서는 ‘을과 을의 갈등’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17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은 올해(1만320원)보다 380원(3.7%) 오른 시급 1만700원으로 결정됐다. 노동계는 시급 1만730원(4.0%), 경영계는 1만700원(3.7%)을 최종안으로 제시했으며, 표결 결과 노동계안은 11표, 경영계안은 15표를 얻어 경영계안이 최종 채택됐다.
갈등이 반복되자 정부도 40년 가까이 유지돼 온 최저임금 제도 전면 손질에 나섰다. 단순히 인상률을 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플랫폼 노동자 적용 여부와 업종별 차등 적용, 최저임금 결정 기준과 심의 방식까지 다시 설계하는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 |
| 중소벤처기업부는 6월 30일 ‘폐업자 통계분석 및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음식업과 서비스업 등을 운영하다 폐업한 사업자가 97만개를 넘었고, 폐업률은 9%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68.5%는 폐업할 때 부채를 갖고 있었고, 평균 부채 금액은 8천531만원이었다. 폐업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고객 감소로 인한 ‘수익성 악화·매출 부진’을 가장 많이 꼽았다. 사진은 30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의 매장. [연합] |
노동계는 이번 인상으로는 치솟는 물가와 누적된 실질임금 감소를 감안하면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지키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은 “최근 물가상승률을 소폭 웃도는 수준에 불과해 실질임금 감소를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반발했다.
반면 소상공인들은 “버틸 여력이 없다”고 호소한다. 실제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논의 과정에선 이례적으로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사용자위원들이 더 이상의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중도에 퇴장하는 일도 발생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실제 인건비 부담이 시간당 약 1만2840원에 달한다며 영세 사업장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고용 축소 움직임이 감지된다.
대전에서 24시간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르바이트 근무시간을 줄이고 직접 근무를 늘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강원 춘천의 한 육가공업체 대표도 “납품단가는 그대로인데 인건비만 오르면 결국 사람을 덜 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울산의 한 카페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근무 인원을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아르바이트생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 |
실제 연구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은 특정 계층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태현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한국노동패널조사와 지역별고용조사를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이 10% 인상될 경우 자영업자 전체의 폐업 확률은 0.7%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지만,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2.6%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창업 3년 미만 고용 자영업자는 8.4%포인트, 저소득 고용 자영업자는 8.8%포인트까지 폐업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숙박·음식점업은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노동자 비중이 45.4%로 가장 높았고 도소매업도 22.3%에 달했다.
안태현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자영업 비중이 높은 경제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결국 생계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와 생계를 위해 가게를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가 맞서는 ‘을과 을의 싸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며 “최저임금을 올릴 것이냐 말 것이냐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저임금 노동자 보호와 영세 자영업자 지원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의식은 정부의 제도 개편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 |
|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4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최종 결정된 뒤 권순원 최저임금위원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 |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은 올해 심의를 마치며 고용노동부에 ‘최저임금 제도개선 추진단’ 설치를 공식 권고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플랫폼 노동 증가 등 노동시장 변화에 맞춰 최저임금 적용 대상과 적용 방식, 결정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하자는 취지다.
내년에는 최저임금 수준뿐 아니라 도급제 최저임금과 업종별·규모별 차등 적용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도급제 최저임금은 배달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처럼 시간제가 아닌 건당 수수료를 받는 노동자에게도 최소 보수를 보장하는 제도다.
반대로 업종별 차등 적용은 편의점과 음식점 등 지불 능력이 취약한 업종에 별도 최저임금을 적용하자는 경영계의 요구다. 노동계는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해 도급제 최저임금 도입을 요구하는 반면 업종별 차등 적용에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 방식도 손질 대상이다. 현재는 노사가 큰 폭의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뒤 수정안을 거듭하며 간극을 좁히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익위원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해 그 범위 안에서 최종 금액을 결정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매년 “실질적인 최저임금은 공익위원이 정한다”는 비판이 반복돼 왔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과 물가, 노동생산성, 업종별 지급 능력 등을 반영한 객관적이고 예측 가능한 산정 기준을 마련해야 소모적인 사회적 갈등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권에서도 제도 개편 논의가 시작됐다.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은 사업주의 임금 지급 능력과 고용 유지 영향을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반영하고, 업종별뿐 아니라 사업장 규모별과 지역별로도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