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펫 위 검은 가루의 정체…운석에서 ‘외계 화학 물질’ 발견한 과학자들 관심 쏠린 이유 [후암동 논문 연구소]

외계 화학 물질이 발견된 운석. [미국 세티(SETI) 연구소]


[헤럴드경제=장윤우 기자] 지난해 미국 뉴저지의 한 주택 지붕을 뚫고 침실에 떨어진 운석에서 생명의 기본 재료인 아미노산이 나왔다. 지구에 생명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밝힐 단서다.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제12권 29호에 미국 세티(SETI) 연구소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이 운석의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운석은 떨어진 지역 이름을 따 ‘힐즈버러(Hillsborough)’로 불린다.

운석은 2024년 7월 16일 낮 뉴욕 상공을 지난 불덩이가 자유의 여신상 남쪽을 스쳐 지나가 떨어졌다. 초속 14.4㎞로 대기권에 들어왔고 인근 5개 주에서 60명이 목격했다. 대기권 진입 당시 53㎏이던 덩어리는 하늘에서 잘게 부서지면서 흔히 ‘소닉 붐’이라고 부르는 음속 폭발음도 발생했다. 실제로 회수된 운석은 1.35㎏뿐이다.

운석은 2024년 7월 16일 낮 뉴욕 상공을 지난 불덩이가 자유의 여신상 남쪽을 스쳐 지나가 뉴저지주의 한 주택 지붕을 뚫고 떨어졌다. [미국 세티(SETI) 연구소]


떨어진 지 5분 만에 보존됐다


과학자들이 이번 힐즈버러 운석에 주목한 이유는 상태였다.

대부분의 운석은 땅에 떨어져 비와 흙에 오염된 채 뒤늦게 발견된다. 지상 물질이 섞이면 우주에서 온 성분과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이번 운석은 달랐다. 집주인은 큰 소리를 듣고 안방으로 들어가 천장 구멍과 검은 파편을 확인한 직후 일회용 장갑을 끼고 파편을 알루미늄 포일로 감싸 유리병에 담았다.

덕분에 맨손으로 만지거나 비를 맞히지 않았다. 떨어진 지 몇 분 만에 지상 환경에서 분리된 것이다.

피터 예니스켄스 세티 연구소·미국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 유성 천문학자는 “집주인의 빠른 대응 덕분에 우리가 아는 같은 종류 운석 가운데 가장 원형에 가까운 상태로 남았다”고 말했다.

이 돌은 태양계 초기 물질을 그대로 간직한 원시 운석이다. 관측된 낙하 사례 중 이런 종류로는 2020년 인도네시아에 떨어진 것에 이어 두 번째다.

X선으로 운석을 관찰한 사진으로 표시된 위치에 나트륨이 몰려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제12권 29호]


운석 속 소금 알갱이가 말해준 것


연구팀은 운석을 쪼개 소금 성분이 뭉친 작은 알갱이를 찾아냈다. 이 알갱이는 소행성 표면 가까운 곳에서 왔다. 그곳에서 물이 증발하며 소금이 진하게 농축됐다. 바닷물이 마르면 소금이 남는 것과 같은 원리다.

진한 소금물은 생명에 필요한 분자를 만드는 화학 반응을 돕는다. 재료가 흩어지지 않게 붙잡아 두고 서로 반응하도록 촉매 역할을 한다. 이런 종류의 소행성에서 염분이 높은 물의 흔적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일본 탐사선 하야부사2가 소행성 류구에서 가져온 시료와 NASA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소행성 베누에서 가져온 것에서도 비슷한 흔적이 나왔다. 연구팀은 운석의 소금 성분을 류구·베누 시료와 비교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외계 화학 물질이 발견된 운석. [미국 세티(SETI) 연구소]


생명이 우주에서 왔을까


운석에서는 아미노산이 나왔다.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이루는 기본 부품이다. 무게로 따지면 탄소가 1.76%, 질소가 0.074%였다.

운석에서는 지구 자연계에 드문 종류의 아미노산도 나왔다. 아미노이소부티르산이나 이소발린처럼 지구 생명체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물질이다.

연구팀은 이것이 외계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검출된 아미노산의 구성도 특정한 화학 반응을 거쳐 만들어진 형태였다.

로열홀러웨이 런던대의 퀴니 챈 우주화학자와 일본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의 오가와 나나 연구원은 “탄소와 질소 동위원소 연구는 이런 원시 운석이 초기 지구에 유기물을 전달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지구에 생명이 등장하기 전 그 재료가 어디서 왔는지는 오랜 수수께끼였다. 이번 연구는 소행성과 그 조각이 아미노산 같은 재료를 초기 지구에 실어 날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연구팀은 운석 속 아미노산이 소행성 안에서 염분이 높은 물의 화학 작용을 통해 만들어졌을 것으로 분석했다.

운석이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소행성 상상도. AI 생성 이미지. [미국 세티(SETI) 연구소]


다만 필 슈미트코플린 독일 뮌헨공대 유기질량분석 전문가는 “화합물의 상당 비율이 광물과의 화학 반응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서도 “이 성분이 화학 반응에서 왔는지 그 이전의 충돌에서 나온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운석 조각 일부는 뉴욕 미국자연사박물관에 보관된다. 덴턴 에벨 큐레이터는 “이렇게 귀중한 소행성 시료가 집 앞에 도착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운석 속 짠물이 생명의 재료를 어디까지 만들어냈는지 확인하려면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고논문


DOI : 10.1126/sciadv.aea2105

논문 정보 : Peter Jenniskens et al. ,Meteor over New York City: Brines in a primitive CM asteroid.Sci. Adv.12,eaea2105(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