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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사진작가 헨리 스파이스(Henley Spiers)가 촬영한 UPY 2025년 수상작 ‘그물에 걸린 바다사자(Entangled Sea Lion)’.[UPY 홈페이지 갈무리]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피해가 있다는 걸 알고도 낚싯줄을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인간이 제일 잔인한 것 같다”(지역 환경단체 관계자)
낚싯줄이 목에 감긴 바다사자. 스스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시간이 갈수록 상처가 깊어지고, 결국 숨통을 조여 온다.
통상 8개월. 낚싯줄이 목에 걸린 바다사자가 살 수 있는 기간이다. 그마저도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하다. 갈수록 더 극심한 고통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무분별하게 버려진 낚싯줄의 부작용. 비단 바다사자만 겪는 문제는 아니다. 바다에 사는 해양생물은 물론 해안가에 있는 육상 동물에게도 낚싯줄은 ‘지뢰’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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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싯바늘이 입에 꽂힌 고양이와 낚싯줄이 다리에 감긴 비둘기.[권은정 시민활동가 제공] |
한 번 밟을 경우, 목숨을 잃을 때까지 벗어날 수 없기 때문. 실제 낚싯줄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이에 ‘낚시면허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팀부스터 등 연구진이 지난 2025년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연안과 수중에서 최소 77종이 해양쓰레기 얽힘 사고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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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가에서 발견된 쓰레기.[오션 홈페이지 갈무리] |
총사례는 428건으로 연안에서 338건, 수중에서 90건이 확인됐다. 이는 국내에서 실제 발생한 전체 피해 사례가 아니라, 사진이나 구조기록 등으로 확인된 최소 규모에 해당한다. 확인되지 않는 사례까지 포함하면,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전체 얽힘 사례 가운데 ‘낚싯줄’과 ‘낚싯바늘’ 등 레저낚시 도구가 원인 사례가 65.2%에 달했다는 것. 그 밖에는 그물·밧줄·통발 등 어업 관련 도구가 33.2%를 차지했다. 노끈이나 비닐봉지 등 육상에서 유입된 쓰레기로 인한 사례는 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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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싯줄에 부리가 걸린 새.[BIRD TLC 홈페이지 갈무리] |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새’였다. 바닷새는 낚싯바늘에 걸린 미끼나 물고기를 먹다가 바늘이 부리와 식도에 박히는 사고를 겪는다. 혹은 낚싯바늘에 연결된 낚싯줄이 다리나 날개, 목을 감아 피해를 보기도 한다.
연안에서 확인된 338건의 얽힘 사고 가운데 바닷새는 34종 294건으로 전체 87%를 차지했다. 바다거북은 4종 33건, 이 외 해양포유류는 5종 10건으로 집계됐다. 단일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괭이갈매기였다.
이 밖에도 어류, 산호, 해양 무척추동물 등 최소 77종의 해양생물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전체 종의 13.0%는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적색 목록에 멸종 위기종 또는 준멸종 위기종으로 등재돼 있었다. 14.5%는 한국에서 법적으로 보호받는 종에 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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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싯줄이 입에 걸린 거북이.[Emerald Isle Sea Turtle Patrol 홈페이지 갈무리] |
해양생물뿐만 아니다. 바닷가 지역에서 한 비둘기의 다리에 낚시줄이 감겨 있거나, 고양이가 낚시바늘이 입에 꽂힌 채 발견되는 등 사례도 적지 않다.
연구진은 “낚시쓰레기의 피해가 급증하고 폐어망 피해가 지속되는 등 해상기인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국내 다양한 부처, 기관간 협력이 시급하다”며 “어업 쓰레기 규제 강화, 효율적인 폐기물 관리 정책 도입, 국제적인 협력 체계 구축 등을 촉구하며, 이번 연구가 정책 결정의 근거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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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 남방큰돌고래 ‘종달이’가 지난해 1월 제자리를 빙빙 맴도는 정형행동을 하고 있다. 동물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한다. [다큐제주 제공] |
실제 뜻밖의 동물들이 낚싯줄이나 낚싯바늘에 상처를 입은 채 발견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제주 지역에서 새끼 남방큰돌고래 종달이가 낚싯줄에 얽힌 채 발견돼, 구조작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후 몇 차례 구조 작업을 했지만 2025년 다시 새로운 낚싯줄에 몸이 감긴 채 발견된 뒤 소식이 끊겼다.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지난해는 멕시코의 한 해안에서 어업용 낚시줄에 목이 감겨 고통스러워하는 어린 바다사자의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성체 기준 바다사자는 목에 5cm의 두꺼운 피하 지방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낚싯줄이 목에 감길 경우 지방층을 통과해 혈관을 압박한다. 이 경우 혈류량이 감소해 사망에 다다를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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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사자의 몸에 감긴 낚싯줄을 제거하고 있다.[Ocean Conservation Namibia 홈페이지 갈무리] |
한편 국내에서는 낚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미국, 일본, 호주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낚시 면허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낚시 인구가 약 720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쓰레기 무단투기 등 부작용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낚시면허제는 일정한 교육을 이수하거나 수수료를 낸 사람에게 낚시 자격을 부여하고, 어획량·대상 어종·낚시 구역 등의 준수 의무를 지우는 제도다. 해양수산부는 2025년 6월 발표한 ‘제3차 낚시진흥 기본계획(2025~2029년)’에 낚시면허제 도입 검토를 포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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