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로 번진 무기한 선물 급성장…국내 규제 공백 대비해야”

하이퍼리퀴드 RWA 미결제약정 29억달러
한국 주식과 원달러 환율도 역외 24시간 거래


비트코인과 RWA 무기한 선물 미결제약정 규모. 코빗 리서치센터 제공.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디지털자산 중심이던 무기한 선물 시장이 주식과 환율 등 실물연계자산(RWA)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기업 주가와 원달러 환율을 기초로 한 상품도 역외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국내 제도권의 관리 범위에는 포함되지 않아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코빗 산하 코빗 리서치센터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무기한 선물: 가상자산 시장을 넘어 RWA로’를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무기한선물은 만기가 없는 선물 형태의 파생상품으로, 투자자는 기초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롱포지션(매수)이나 숏포지션(매도)을 통해 가격 변동에 베팅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낸스 등 글로벌 중앙화 거래소(CEX)는 역외 라이선스와 자체 지수를 활용해 신규 무기한 선물 상품을 빠르게 상장하고 있다. 하이퍼리퀴드로 대표되는 탈중앙화 선물거래소(DEX)는 상품 상장 권한을 프로토콜로 이전하며 시장 확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이퍼리퀴드의 RWA 무기한 선물 미결제약정은 지난 2일 기준 약 29억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거래소의 비트코인 무기한 선물 미결제약정인 약 21억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RWA 무기한 선물의 가격 신뢰도도 분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무기한 선물은 미국 정규장 개장 시간에 기존 지수와 선물 가격을 유사하게 따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두 가격 간 상관계수는 0.98이었다.

SK하이닉스 무기한 선물은 한국 증시가 문을 닫은 야간 시간대에 거래되면서 다음 날 시초가를 미리 반영하는 흐름을 보였다. 상관계수는 0.97에서 0.99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세레브라스와 스페이스X 등 비상장기업을 기초로 한 무기한 선물은 비교할 수 있는 현물가격이 없어 거래소 내부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가 산출한 가격의 신뢰성을 외부 시장에서 검증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특정 자산이 규제권 내 무기한 선물 상품으로 편입되기 위한 조건으로 연속적인 참조가격과 충분한 유동성, 실시간 차익거래 체계, 투명한 가격 산정 및 청산 구조를 제시했다.

국내 자산을 기초로 한 역외 무기한 선물 시장의 규제 공백도 문제로 꼽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주가는 정규장이 끝난 뒤에도 역외 무기한 선물 시장에서 24시간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을 기초로 한 무기한 선물 상품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들 시장은 국내 자본시장법의 규제 범위 밖에 있어 가격 왜곡이나 대규모 청산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국내 제도를 통해 직접 대응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지성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RWA 무기한 선물은 이미 수십억달러 규모로 작동하고 있으며 참조가격 인프라가 탄탄한 자산일수록 가격 신뢰도가 높았다”며 “한국 자산의 가격이 국내 제도가 닿지 않는 곳에서 형성되는 만큼 시장을 어떻게 살펴보고 무엇을 대비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