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강화 대체로 공감대…속도·강도는 이견
초고가 1주택 과세 기준 및 공제 방식도 쟁점
23일 대토론회 거쳐 이달 말 세제 개편안 윤곽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을 앞두고 국민 의견 수렴에 나선 가운데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 기준을 현행 ‘주택 수’에서 ‘가액’ 중심으로 전환하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는 보유 기간보다 실거주를 기준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제시됐다.
재정경제부는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를 열고 보유세와 양도세 개편 방향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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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이날 토론회에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비롯해 학계와 세제 전문가, 건설업계 및 협회 관계자, 일반 국민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구 부총리는 “주택은 기본적으로 ‘사는 곳’인데 일부에서는 ‘사는 것’, 물건처럼 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면서 “사는 곳 이외에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하는 건 국민의 의사결정으로 존중하지만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이나 지원으로 그런 분들을 도와주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거주용 주택에 대해서는 정부가 어떻게든 도와드리고 거주 주택이 없는 분들이 주택을 마련하는 데 장애가 없도록 주택 공급을 많이 늘리고 금융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정부 정책에서 ‘사는 것’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없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토론회에서는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강화 수준과 추진 속도를 두고는 시각차가 뚜렷했다.
남기업 토지거래자유소장은 “우리나라 보유세의 고질적인 문제는 실효세율이 선진국의 3분의 1∼5분의 1 수준이란 점으로, 장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징벌적 과세라고 할 수 없다”며 “종부세뿐 아니라 재산세도 병행해서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유세의 보편적 강화는 입에는 쓰지만 나라 경제에는 아주 좋은 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반면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시장 수용성을 넘어서 급격히 부동산 과세가 강화되면 매물잠김과 거래량 감소, 시장 경직, 전월세 매물 부족에 따른 월세를 통한 세금 전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제한적 인상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면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되 재산세는 60%, 종부세는 80% 정도가 바람직하다고 보인다”고 제안했다.
종부세 부과 기준은 주택 수에서 가액 기준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제시됐다.
오종현 조세재정연구원 본부장은 “초고가 1주택은 주택 가액을 기준으로 삼으면 초고가 1주택도 가액 안에 포섭된다”며 “거기에 누진과세, 실거주주택 공제에 한도를 주게 된다면 초고가 1주택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고가 1주택의 기준선을 두고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초고가 주택에만 실효세율을 크게 인상해야 한다”는 ‘핀셋 증세’를 주장하며 기준선을 40억원으로 제시했다. 다만 그는 “왜 40억원이냐, 고민해야 한다. 공론화와 합의를 통해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심충진 교수는 “초고가 주택의 조세 부담 낮다는 데 동의한다”며 “시가 50억, 공시가격 현실화율 고려하면 35억 정도인데 이 이상은 공제 적용률을 10%포인트씩 차감하면 과세 형평성에 도움이 될 것이며, 공제율은 최대 50%까지만 적용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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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오른쪽 세 번째)과 참석자들이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 참석, 박수치고 있다. [연합] |
종부세 1세대 1주택 세액공제 역시 고령·장기보유 중심에서 실거주 중심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심 교수는 “보유는 투기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실거주 기간으로 대체해야 한다”며 “5년 이상 거주하면 10% 공제, 이후 5년 늘어나면 공제율을 10%포인트씩 가산해 20년 이상 살면 40% 최대 공제하는 방식”이라고 제안했다.
함 랩장도 “1세대 1주택에 최대 80% 주는 세액공제, 이 보유공제를 거주공제로 바꿔 실거주에 종부세 공제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도세 토론에서는 장특공 개편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참석자들은 현행 보유기간 중심 공제를 실거주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
심 교수는 “보유만 해도 40%를 해주는 공제가 투기적 주택 수요를 촉진하는 부작용 있었다”며 “보유기간 공제는 폐지하고 실거주 중심 장특공제 제도 도입할 필요 있으며 10년 이상 거주할 경우만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본부장도 “양도세는 거래세라기보다 자본이득세인 만큼 자본이득 과세 원칙에 따라야 한다”며 “1세대 1주택 실거주자는 거주 이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양도세 부담을 없게 하되, 실거주가 아닌 투자자산의 양도소득은 원칙에 맞게 과세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고가주택까지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느냐는 물음표도 있다”며 “한도를 둬서 통제하는 방안이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주택자 과세 방식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제안이 제시됐다. 심 교수는 “10년 또는 15년 등 일정기간 주택 양도소득에 누적 합산과세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매물 잠김 현상도 완화하고 과세형평성도 제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다주택자는 1가구 1주택자와 구별해서 부과하고 감면을 줄여야 공정의 문제가 해결된다”며 “이미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3년 안에 팔면 혜택을 주는 식으로 하면 시장에 매물이 크게 증가해 안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1가구 1주택 양도세 감면 비율을 높일 수 있지만, 평생 한 번만 해줘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70∼80대가 계속 아파트를 사는 것은 투자 목적 수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유세 강화 대신 양도세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함 랩장은 “서울은 양도세 중과 이후 8만호 매물이 6만호까지 줄었고 전월세도 전년 동기보다 14% 줄었다”며 “보유세를 높인다면 조정지역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을 일부 낮추는 식으로 거래세는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윤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부동산 세제는 보유세 위주로 운영해야 하며, 양도세는 동결효과로 시장을 왜곡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은 “장특공제를 단순히 정률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보유세와 연동해서 하는 방식을 제안한다”며 “보유세를 올린다면 양도세가 감면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 조세 저항도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토론회를 끝으로 지난 14일부터 진행된 부처별 부동산 공개 토론회 일정은 모두 마무리됐다. 정부는 공급·금융·세제 분야에서 수렴한 의견을 바탕으로 오는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공개 대토론회를 열고 정책 전반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이르면 이달 말 세제개편안을 확정·발표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