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서울시가 뭐 하는지 모르는 듯” 오세훈, 김용범 실장 뒷북 서남권 공급론에 ‘직격’ [부동산360]

청와대, 서남권 준공업 지역 활용 주택 공급 언급
오 시장 “2년 전 ‘서남권 대개조’로 주거 확대”
양평 신동아·문래 국화 정비사업 속도 낸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이 16일(목) 오전 영등포구 양평신동아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 현장을 방문해 사업 진행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윤성현 기자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가 서울시의 준공업지역 주택 공급 정책과 추진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채 뒤늦게 공급 필요성만 언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16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신동아아파트 재건축 현장을 찾아 사업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서남권 준공업지역 정비사업 조합장들의 건의사항을 청취한 뒤 이같이 말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서남권 준공업지역을 활용한 주택 공급 필요성을 언급한 데 대해 “서울시가 이미 어떤 일을 해왔는지 충분히 알고 한 말인지는 모르겠다”며 “이미 성과가 나오고 있는데 현재 진행 상황을 알고 있었다면 단순히 서남권에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는 2024년부터 서남권 대개조 프로젝트를 통해 과거 공장 중심이었던 지역을 일자리와 주거, 여가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추진해 왔다”며 “현재는 교통 여건까지 개선하는 서남권 대개조 2.0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준공업지역 32개 정비사업지에서는 약 2만7000가구의 주택 공급이 추진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양평신동아아파트 ▷문래국화아파트 ▷성동 동아아파트 ▷삼환도봉아파트 등 24개 재건축·재개발 구역에서는 1만9122가구 공급이 추진되고 있다. ▷양평제13구역 ▷문래동4가 ▷옛 방림·교학사 부지 등 8개 도시정비형 재개발·지구단위계획 사업을 통해서도 8053가구가 예정돼있다.

기존 준공업지역의 20~30%는 주거 용도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 중 지어진 지 40년 안팎인 공동주택들이 잇달아 재건축 단계에 들어서면서 공급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현장을 찾은 양평신동아아파트는 2009년 추진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조합 내부 갈등과 낮은 사업성 등으로 장기간 사업이 지연됐다. 이후 서울시가 준공업지역 공동주택 용적률을 최대 400%까지 완화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었고, 지난 3월 통합심의를 통과했다.

이날 오 시장은 영등포구 내 정비사업 관계자들을 만나 현장의 건의 사항을 들었다. 정근혜 양평신동아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장은 “서울시 조례가 바뀐 이후 조합원들의 뜻을 모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며 “다만 공사비 상승으로 주민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임대주택 비율을 낮춰 조합원 분담금을 줄일 수 있도록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손보형 당산현대3차아파트 재건축사업추진위원장은 신탁 방식 정비사업의 시행자 지정 전에도 서울시와 사전 협의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그는 “초기 단계부터 서울시와 협의하면 사업 기간을 6개월 이상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우 문래국화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위원장은 “현재 서울시 자문회의를 앞두고 있다”며 “영등포구에서만 100여 곳의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전문인력 확충과 함께 심의 횟수도 늘리면 대기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건의했다.

서울 영등포구 위치한 문래국화아파트 모습. [헤럴드경제DB]


오 시장은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용적률을 높이고 임대주택을 줄여 분담금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공통적으로 나온다”며 “다만 용적률과 임대주택 비율을 고무줄처럼 조정할 수는 없고, 조례와 형평성, 공공 목적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공사비 상승으로 조합원 부담이 커진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가능한 범위에서 임대주택 비율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부담을 덜어드려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심의 인력과 횟수 확대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지만 같은 인력으로도 더 많은 안건을 처리하고 조합과 논의할 기회를 늘리는 방안을 찾겠다”며 “과거에는 서울시가 조합에 제동을 걸어 사업을 지연시킨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행정과 조합이 함께 빠르게 가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남권 준공업지역을 단순 주택 공급지가 아닌 산업과 주거,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구상도 덧붙였다.

오 시장은 “서남권에는 이미 지식산업센터와 업무공간이 상당히 들어섰고, 이제는 쾌적한 주거공간과 문화·예술·녹지 기능을 어떻게 채울지가 중요하다”며 “기존 산업 기반을 살리면서도 일자리와 주거, 여가가 함께 있는 대표적인 직주락(직장·주거·여가)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