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베팅, 피지컬 AI 승부수로…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나믹스 100% 품는다

소프트뱅크 풋옵션 행사로 잔여 지분 전량 인수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100% 확보
아틀라스 양산·제조 현장 투입 속도 기대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 월드컵 2026™ 16강전 하프타임에서 아틀라스가 볼 전달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5년 전 로봇 베팅이 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의 승부수로 돌아왔다.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보스턴다이나믹스 잔여 지분을 전량 인수하기로 하면서,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술 기업을 100% 품게 됐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양산과 제조 현장 투입을 앞두고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상용화 전략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가 보유 중인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을 인수한다고 16일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2020년 체결한 계약에 따라 보유 지분에 대한 풋옵션을 이달 초 행사했다. 풋옵션은 소프트뱅크가 정해진 조건에 따라 “내 지분을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이에 따라 기존 주주들이 소프트뱅크 보유 지분을 매입해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 전량을 확보하게 됐다.

주주 간 계약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의 풋옵션 행사는 2021년 6월 21일부터 5년이 지난 시점부터 30일 이내 가능하다. 이 기간까지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기업공개(IPO)가 완료되지 않을 경우 소프트뱅크는 보유 지분 전부를 현대차그룹 측에 매각할 수 있다. 풋옵션 행사 금액은 3억달러(46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인수 절차와 금액, 각 주주들의 인수 비중 등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할 당시 소프트뱅크 지분율은 20%였지만, 이후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증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소프트뱅크가 참여하지 않으면서 지분율이 자연스럽게 낮아졌다.

현재 소프트뱅크의 정확한 보유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9.9%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외 지분은 HMG글로벌 56.3%, 정의선 회장 22.5%, 현대글로비스 11.25%, 소프트뱅크 9.9% 등으로 파악된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HMG글로벌을 통해 보스턴다이나믹스를 간접 보유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 지분 구조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보스턴다이나믹스는 현대차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하는 구조로 바뀐다. 소프트뱅크 지분을 기존 주주들이 보유 비율대로 나눠 인수할 경우 HMG글로벌 지분율은 62.5%, 현대글로비스는 12.5%, 정의선 회장은 25.0% 안팎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이번 거래로 상당한 잠재 수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기업가치가 2021년 인수 당시 약 5조원 수준으로 평가됐지만, 향후 잠재 가치가 100조~150조원 이상까지 커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현재 보유 지분을 낮은 가격에 추가 확보할 경우 장기적으로 약 20배 안팎의 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중심으로 한 로보틱스 사업의 의사결정과 실행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된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과 양산, 외부 협력, 제조 현장 투입 등 주요 전략 추진 과정에서 보다 일관된 사업 운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추가 확보가 현대차그룹의 피지컬 AI 전략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 기아 조지아 공장에 아틀라스를 순차적으로 투입하고 공정 단위별 검증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2028년부터 부품 분류를 위한 서열 작업에 투입해 현장 운영 검증과 신뢰도를 확보하고, 2030년부터는 부품 조립까지 작업 범위를 넓힌다는 청사진이다.

현대차그룹은 “장기적인 로보틱스 전략의 일환으로 보스턴다이나믹스에 대한 투자 협력 확대 방안을 검토해 왔다”며 “앞으로도 현대차그룹과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로보틱스 사업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는 한편 시너지 창출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보스턴 다이나믹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개발 로드맵


다만 소프트뱅크 잔여 지분 인수와 별개로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추가 자금 조달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소프트뱅크 지분 인수는 기존 주주 간 거래인 만큼 해당 자금이 보스턴다이나믹스에 직접 유입되는 구조가 아니다.

소프트뱅크 잔여 지분을 현대차그룹 측이 모두 인수하더라도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지분 구조가 곧바로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과 연구개발 확대 과정에서 추가 자금 조달이 이뤄질 가능성이 남아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구글 등 외부 전략적 투자자(SI)가 참여할 경우 현대차그룹과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은 다시 희석될 수 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올해 말 기준 기존 유상증자 자금 1조3000억원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며, IPO 이전 2~3회의 유상증자가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대차그룹과 정의선 회장은 지분 희석을 고려하더라도 구글 등을 포함한 외부 SI 영입을 적극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