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대국 10년…개발자는 노벨상, 韓 현주소 아쉬워” [대한상의·한경협 제주포럼]

이세돌 특임교수 한경협 포럼 강연
딥마인드 CEO ‘알파폴드’로 노벨상
AI로 격차 더 벌어져…협력이 중요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 특임교수가 16일 제주도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한경협 경영자 제주하계포럼’에 서 ‘AI 시대와 리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이세돌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임교수가 전 세계에 인공지능(AI) 혁명의 시작을 알린 ‘알파고 대국’으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계기로 단백질 구조를 정확하게 예측한 AI 모델 ‘알파폴드’를 개발하며 2024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반면, 우리나라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이세돌 교수는 16일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한경협 경영자 제주하계포럼’ 이튿날 강연에서 지난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대결 일화를 소개하며 AI 시대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허사비스 CEO는 알파고 대국에서 확신을 얻고 영국으로 돌아가 ‘알파폴드’를 개발했다고 한다. 결국 노벨화학상까지 받았다”며 “알파고 대국은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는데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알파고와의 다섯 차례의 대결에서 1승을 거두며 ‘AI를 이겨본 유일한 인간’이라는 타이틀을 남겼다.

당시를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으로 꼽은 그는 처음 구글로부터 대국을 제안받았을 때 “바둑도 이제 시작되는구나, 몇 년 후면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체스는 진작에 컴퓨터가 인간을 정복했으니 바둑도 언젠간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2016년이 될 줄은 생각 못했다”고 회상했다.

AI에 대해 “알아볼 생각도 안 하고 마음가짐도 완벽하지 않았다”고 말한 이 교수는 두 차례 연이어 패배한 이후 제3국에서 알파고 연산능력을 고려해 극초반에 승부를 걸었지만 매우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사람은 바둑돌 수가 너무 적은 상황에선 수읽기를 할 수 없어 감각에 의존해야 하지만 알파고는 첫수를 놓는 순간부터 승률이 높은 위치에 놓는다”며 “결국 인간의 감각과 AI의 데이터 싸움이 되는데 아시다시피 데이터의 압승이었다. 인간의 감각이 무기력하다는 것을 이때 처음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첫 승을 거둔 제4국에서 나온 68번째 수에 대해 그는 “바둑 인생 30년간 한번도 둔 적이 없는 수였다”며 “AI 시대 우리는 한번도 상상하지 못하고,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데 결국 우리는 한번도 내려본 적 없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때부터 인간과 AI는 명확히 나뉘었다. 룰이 명확하고 한정적인 상황에서 AI는 어마어마한 힘을 보여준다면 인간은 기획, 설계를 하고 중간에 자기 철학을 집어넣고 최종적으로 판단한다”며 “신념과 철학이 명확하다면 AI 시대를 헤쳐나갈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AI의 등장으로 인간들 간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내렸다.

이 교수는 “바둑계에 AI 프로그램이 깔리면서 상향 평준화되고 절대적 1인자가 나오기 힘들거라 생각했지만 정반대로 갔다”며 “하위랭커가 상위랭커 이기는 것은 훨씬 힘들어졌다.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위랭커가 AI를 더 잘 이해하고 활용했기 때문”이라며 “예전엔 점진적으로 격차가 벌어졌는데 지금은 격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쫓아갈 수 없을 수준이다”고 바라봤다.

서귀포=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