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줄 알았던 ‘현상금 148억원’ 인물, 모습 드러냈다…이란 권력 실세 재등장

[美 국무부]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이스라엘이 지난 2월 최고지도자 관저 공습 당시 사살했다고 주장했던 이란 정권의 핵심 실세가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메네이 체제의 ‘그림자 권력’으로 불려온 알리 아스가르 헤자지 최고지도자 비서실장이 넉 달 만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란 권력 구도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이란 인터내셔널과 이란와이어 등에 따르면 헤자지 실장은 지난 9일 이란 마슈하드에서 열린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 장례식에 참석했다. 현장에서는 이란 정권 고위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확인됐다.

헤자지 실장은 지난 30여 년간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최측근으로 활동하며 입법·사법·행정부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로 평가된다.

이란와이어는 “헤자지 실장은 이란 최고 요인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이란의 정보기관을 조율하고 최고위급 결정을 실질 정책으로 전환하는 임무를 맡았다”며 “막대한 영향력에도 일반 대중에게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아 경호원 없이 거리를 활보할 정도였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월 관저 공습 이후 헤자지 실장이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미국 국무부가 그의 행방을 확인할 수 있는 결정적인 제보에 1000만달러(약 148억원)의 현상금을 내걸면서 생존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공개 등장은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최고지도자 선출 과정과 이후 권력 재편에도 헤자지 실장이 깊이 관여했을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이란와이어는 헤자지 실장이 과거에는 부자(父子) 권력 승계를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실제 권력 이양 과정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현 정권에서도 여전히 권력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헤자지 실장은 삼촌이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측근이었던 인연을 바탕으로 권력 중심부에 진입했다. 1979년 이슬람혁명 당시 이슬람공화당에 입당한 뒤 정화위원회 위원장과 혁명검찰청 정치 부총장을 거쳐 이란 정보부(MOI) 창설에도 관여했다.

1989년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에 오른 이후에는 최고지도자 집무실인 ‘베이트’에서 모하마드 모하마디 골파예가니와 함께 최고지도자의 지시를 정부와 사법부, 의회 등에 전달하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이란와이어는 “헤자지는 이란 공포정치를 구축한 인물”이라며 1994년 아르헨티나 유대인 공동체 테러 사건과 관련한 지시를 내린 혐의, 2009년 이란 민주화 운동인 녹색운동 유혈진압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또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 체결 과정에서도 헤자지 실장이 핵심 의사결정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알리 라리자니 당시 국회의장, 알리 샴카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과 심야 회동한 사실을 언급하며 “헤자지 실장의 참석은 베이트의 명시적 지시로 받아들여졌다”며 “이 ‘그림자 속 인물’의 개입으로 JCPOA 합의안은 예상과 달리 수정안 심의조차 거치지 않고 20분 만에 의회를 통과했다”고 전했다.

이란와이어는 “미 국무부가 헤자지 실장 관련 제보에 1000만달러 포상금을 걸었다는 것은 그를 매우 위험한 인물로 간주한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2월28일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와 함께 지도부 대부분이 사망하면서 헤자지 실장은 이슬람 성직자 사회와 이란 혁명수비대, 국가 조직 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로 남게 됐다”고 전했다.

헤자지 실장의 생존이 확인되면서 이란 권력 내부의 실질적인 의사결정 구조에도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공식 직책보다 비공식 영향력이 더 큰 ‘그림자 권력’으로 평가받는 만큼, 향후 모즈타바 하메네이 체제의 안정성과 권력 재편 과정에서도 그의 역할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