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증시, 지수 아닌 반도체 따라 동반 ‘출렁’

코스피,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동조
S&P500과 상관계수 0.025에 불과
美 상위 10개 종목, 시총 40% 불과
국내 증시, ‘삼전닉스’ 시총 절반 이상



코스피가 미국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된 반면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와는 사실상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국내 증시가 글로벌 반도체 업황과 인공지능(AI) 투자심리를 반영하는 ‘반도체 지수’에 가까워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16일 헤럴드경제 분석에 따르면, 이달 S&P500과 코스피의 월별 상관계수는 0.025까지 떨어졌다. 지난 2월 0.5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동조화가 사라진 셈이다.

상관계수는 -1에서 1 사이의 값을 가지며 1에 가까울수록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일반적으로 통상 0.5 이상이면 유의미한 상관성을 보이며 0에 근접할수록 뚜렷한 방향성이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시장 흐름은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S&P500은 0.42% 상승 마감했지만, 이후 13일 열린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는 하루 만에 8.95% 급락했다.

변동성에서도 차이가 극명하다. 지난달부터 전날까지 코스피는 하루 등락률이 5%를 넘은 거래일이 12차례나 나왔다. 같은 기간 S&P500은 5% 이상 움직인 날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미국과 한국 증시의 디커플링이 심화된 가장 큰 원인으로는 국내 증시의 압도적인 반도체 편중 구조가 지목된다. S&P500은 기술주뿐 아니라 금융·헬스케어·에너지·소비재 등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돼 있어 특정 산업의 충격이 지수 전체로 번지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미국 증시도 ‘매그니피센트7(M7)’을 중심으로 대형 기술주 쏠림이 심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S&P500 상위 10개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은 약 40%로 199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만으로 전날 종가 기준 전체 시가총액의 52.30%를 차지한다. S&P500 지수는 상위 10개 종목을 합쳐야 40%에 이르지만 국내 증시는 단 두 종목이 지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AI 투자 확대 기대감이 커질 때는 코스피가 미국 증시보다 더 크게 오르지만 반대로 메모리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나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경우에는 낙폭도 훨씬 가파르게 나타난다.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이 AI 투자 사이클의 지속 여부와 미국 빅테크들의 자본지출(CAPEX)을 주시하면서 국내 증시 변동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코스피를 미국 대표지수인 S&P500가 아닌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와 비교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움직임이 지수 방향을 좌우하는 시장”이라며 “S&P500과의 디커플링은 지수 구성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와 비교하면 사실상 동일한 흐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달 들어 전날까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와 코스피 지수는 각각 13.36%, 14.06% 하락해 낙폭이 거의 비슷했다.

증권가는 반도체 기업의 실적 기여도가 시가총액 비중을 웃돌면서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예상 순이익 기여도는 올해 6월 말 70.5%까지 급등했고, 3분기 말 71.8%, 4분기 말에는 80.2%에 이를 전망”이라며 “반면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은 올해 6월 말 기준 56.4%로 이익 기여도를 크게 밑돌고 있어 단기적인 주가와 수급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이익 기여도에 상응하는 추가 쏠림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이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