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응원하던 16세 몽골 소년,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삶

여섯 살 때 한국 와 고교 1년 반장까지
母 “나중에 꼭 우리 가족에게 와 줘”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진 상태에서 5명에게 장기 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몽골 국적의 16세 이태오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한국에서 한국을 고향처럼 여기며 자란 10대 몽골 소년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진 끝에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

16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고려대학교구로병원에서 몽골 국적의 16세 이태오(오트곤 산지먀타브·OTGON SANJMYATAV) 군이 뇌사 상태에서 심장과 폐, 간, 신장(양측) 등 장기를 5명의 다른 환자에게 기증 하고 세상을 떠났다.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진 상태에서 5명에게 장기 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몽골 국적의 16세 이태오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태오 군은 지난달 3일 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과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평소 태오 군의 성품과 뜻을 헤아려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누나 윤아씨는 “태오는 자신보다 남을 먼저 돕고 베풀기를 좋아했던 아이였다. 살아 있었다면 ‘그때 내가 다른 사람을 더 도울 수 있게 해주지 그랬어’라고 말했을 것 같았다”며 기증에 동의한 이유를 전했다.

태오 군은 몽골인으로, 2010년 1월 몽골 울란바타르에서 태어난 뒤 여섯 살이던 10년 전 부모를 따라 한국에 왔다. 한국에서 유치원과 초·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 1학년까지 다녔다.

가족에 따르면 태오 군은 몽골보다 한국의 언어와 문화에 더 익숙했다. 축구 경기를 볼 때면 한국을 응원하고 애국가도 자연스럽게 부를 만큼, 한국을 고향처럼 여기며 자랐다. 평소 농구와 축구, 유도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밝고 활달한 학생이었으며, 장래에는 한국에서 자신만의 사업을 일구겠다는 꿈도 있었다.

다정하고 사교적인 성품을 지닌 태오 군은 고등학교 입학 후 반장으로 선출되는 등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 장례식장에도 친구 100여 명과 선생님들이 찾아와 눈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태오 군의 어머니 이순이씨는 아들에게 “엄마의 사랑하는 아들로 태어나 줘서 고맙다. 엄마는 태오에게 사랑을 주기만 한 것이 아니라, 태오를 통해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아 행복했다. 몽골에 ‘하늘로 떠난 영혼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다시 태어난다’는 말이 있듯이, 나중에 꼭 우리 가족에게 와 주면 좋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누나 윤아씨도 “태오야, 정말 많이 사랑한다”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