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용된 베테랑 선배, 기술 배우는 후배…대한항공·포스코에 답 있다 [정년연장 고집하는 노조]

정년퇴직자 숙련도·적합성 따른 재고용 확대
대한항공 작년 178명 증가세…중요직군 집중
포스코 정년 퇴직자 70%까지 대상범위 확대
숙련인력 활용…20대 신규채용 동반증가 효과


대한항공의 정년 재고용 인원은 2022년 100명에서 지난해 178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항공기 정비 작업을 하는 대한항공 정비사 모습.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과 포스코가 정년퇴직자의 숙련도와 직무 적합성을 따져 재고용을 확대하면서, 현장 경쟁력은 지키고 청년 채용 여력도 함께 확보하는 계속고용 모델 운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단순히 퇴직 시점을 늦추는 정년연장과 달리, 필요한 인력을 선별해 활용한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대한항공 재고용 178명…항공기술 인력 가장 많아=16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정년 재고용 인원은 2022년 100명에서 2023년 127명, 2024년 134명, 지난해 178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직군별로 보면 지난해 항공기술 분야가 7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운항승무 46명, 항공우주 28명, 기타 직군 32명 순이다. 항공기 정비와 운항, 항공우주 사업처럼 자격과 실무 경험이 중요한 직군에 재고용 인력이 집중됐다.

대한항공의 정년 재고용 제도는 고도의 전문성과 현장 경험을 갖춘 베테랑 인력을 다시 활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재고용 기간은 직종별로 다르지만 통상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매년 심사를 거쳐 최대 65세까지 연장할 수 있다. 선발 과정에서는 근무 경력과 인사평가, 후배 양성 기여도, 업무 성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기존에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기술직과 운항승무직을 중심으로 제도가 운영됐지만, 최근 일반직 분야로도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여객운송, 화물, 종합통제 등 숙련된 현장 대응 능력이 필요한 부문에 고경력 인력이 배치되면서 기상 악화나 운항 지연 등 비정상 상황 발생 시 고객 불편을 줄이는 역할도 맡는다.

항공산업은 안전과 직결되는 업무가 많고, 숙련 인력을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정비 인력은 기종별 구조와 장비 특성을 익히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운항승무원도 장기간의 교육과 비행 경험을 거쳐야 한다. 대한항공이 정년퇴직자를 직군별로 선별해 재고용하는 것도 이런 산업적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후배 양성 효과도 크다. 재고용 인력이 현장의 ‘시니어 멘토’ 역할을 하며 오랜 실무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 직원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단순히 인력 공백을 메우는 차원을 넘어 항공 서비스의 안정성과 품질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숙련된 경험과 지식을 갖춘 근로자가 연령에 관계없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년 재고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다양한 세대가 서로의 관점을 공유하며 협력하는 포용적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61세까지 재고용…핵심 인력은 최대 5년 더 근무=포스코도 정년퇴직자를 활용한 계속고용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는 2011년 재고용 제도를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당시 정년이었던 58세에 퇴직한 뒤 2년간 다시 근무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60세까지 고용을 이어가는 구조였다.

이후 재고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혔다. 2024년 임금·단체협약에서는 기존 선별 방식에서 벗어나 정년퇴직자의 약 70%까지 재고용 대상을 확대했다. 지난해 임단협에서는 본인이 재고용을 희망하지 않거나 결격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정년퇴직자를 61세까지 재고용하기로 합의했다.

기본 계약기간은 1년이다. 다만 재고용 기간이 끝난 뒤에도 건강 상태와 소속 부서의 인력 사정, 업무 필요성 등을 고려해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정년이 지난 모든 근로자의 기존 근로조건을 그대로 연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업무 수요와 직무 적합성을 살펴 계약 조건을 새로 정하는 구조다.

포스코의 50세 초과 채용 인원은 최근 5년간 300~500명대를 오갔다. 2021년 433명에서 2022년 351명으로 줄었지만, 2023년 528명으로 늘었다. 2024년에는 381명으로 다시 감소했으나 지난해 548명으로 43.8% 증가하며 최근 5년 중 가장 많았다.

전체 신규 채용에서 50세 초과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36.3%, 2022년 26.3%, 2023년 34.9%, 2024년 24.8%, 지난해 32.4%로 집계됐다. 이들 대부분은 정년 이후 다시 채용된 재고용 인력으로 파악된다.

포스코의 재고용 제도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단순한 인력 유지보다 기술 전수에 무게를 둔다는 점이다. 재고용된 베테랑 직원들은 수십 년간 축적한 제철소 조업과 설비관리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신입사원 직무교육과 현장 멘토링에도 참여한다.

별도의 ‘기술컨설턴트’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정년퇴직자 가운데 전문역량과 근무태도가 우수한 인력을 선발해 최대 5년간 다시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원자는 담당 임원의 추천을 받은 뒤 전문역량과 근무태도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후 심의위원회가 최종 자격을 판단한다. 선발된 기술컨설턴트는 매년 활동 실적과 성과를 평가받으며, 평가 결과에 따라 연봉 수준과 계약 연장 여부가 결정된다. 포스코는 지난해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6명을 새로 선발해 총 16명의 기술컨설턴트를 운영했다.

▶기업의 필요 맞춤 “65세 일률연장 땐 신규채용 줄수도”=최근 법정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논의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가파른 고령화와 현행 정년 60세,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사이의 소득 공백을 고려하면 계속고용 체계 마련을 더는 미루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경영계는 업종과 직무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정년연장이 오히려 고용시장에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고령 인력 규모와 무관하게 근로계약을 일괄적으로 5년 연장하면 인건비와 인사 적체 부담이 커지고, 그 여파가 신규 채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영계는 정년퇴직 이후 새로운 근로계약을 맺는 재고용 방식을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과 포스코 사례가 대표적이다. 실제 20대 신규 채용은 대한항공이 2023년 574명에서 2024년 632명, 지난해 863명으로 늘었고, 포스코도 같은 기간 772명에서 943명, 964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정년퇴직자의 대부분을 재고용하는 현대차의 20대 신규 채용은 2023년 1만6551명에서 2024년 1만4531명, 지난해 5782명으로 줄었다.

김선애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정책팀장은 “일률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수준보다 많은 인력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해 신규 채용과 인력 운용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재고용을 통해 60세 이후 인력에게 어떤 직무를 맡길 수 있는지 경험을 쌓고, 기업별 여건에 맞는 계속고용 모델을 단계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