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화 후 논의’ 합의에도 8년째 반복
현대차, 7년째 정년퇴직자 99% 재고용
20대 신규 채용은 1년 새 60.2%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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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현대자동차 노조)가 사흘간의 부분파업에 돌입한 13일 오후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오전조 근무자들이 평소보다 2시간 일찍 퇴근하고 있다. [연합] |
현대자동차가 노조가 ‘65세까지 정년을 늘려 달라’며 파업에 나섰다. 이미 정년퇴직자 대부분이 2년간 재고용 혜택을 누리는 노조가 정년 연장을 명분으로 더 많은 고용·임금 혜택을 요구하는 가운데, 재고용 여파로 청년 취업문은 매년 그 폭이 크게 줄어들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정년 연장의 역설’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노조 요구안 12개 가운데 8개 항목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 올해는 임금협상만 진행하는 해로 격년으로 진행하는 단체협약은 원칙적으로 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사측은 신규 인원 충원과 미래산업 대비 고용안정, 완전 월급제, 노동시간 단축, 통근버스 요금 조정 등 일부 별도 요구안에 대해서도 수용했다.
지난 5월부터 15차례에 걸친 협상에도 노사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쟁점은 노조가 요구하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750%에서 800% 인상 ▷해고자 복직 ▷정년 연장 등 4개 항목이다. 이 가운데 사측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사안은 해고자 복직과 정년 연장이다.
▶현대차, 최대 2년 재고용…퇴직자 대부분 다시 일터로=특히, 정년 연장은 매년 반복되는 장기 쟁점이다. 현대차 노조는 2018년 이후 매년 정년 연장 요구를 교섭 테이블에 올리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 측은 ‘정년 연장이 이미 수년간 교섭에서 접점을 찾기 어렵다고 결론 난 안건이며, 지난해 임단협에서도 입법 이후 노사가 협의하기로 정리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최영일 현대차 대표이사는 지난 10일 담화문을 통해 “해고자 복직, 정년 연장 등을 이유로 파업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정치권에서 정년 연장 법제화 논의가 치열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 노사가 먼저 결론을 낼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이미 2019년부터 정년퇴직자를 일정 기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시니어 촉탁제, 이른바 숙련 재고용 제도를 시행 중이다. 직군과 관계없이 매니저급 이하 정년퇴직자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하며, 근무상 결격 사유가 없으면 1년 단위로 최대 2년까지 일할 수 있다. 처우는 1년 차에는 군필 초임 수준, 2년 차에는 기본급을 일부 올리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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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후 재고용 3000명대…포스코 6배·대한항공 19배=실제 현대차의 50대 이상 신규채용 규모는 매년 3000명 안팎에 이른다. 2021년 1998명이던 50대 이상 신규채용 인력은 2022년 2455명, 2023년 2968명으로 증가했고, 2024년에는 3807명까지 확대됐다. 지난해에도 3383명으로 3000명대를 유지했다.
전체 신규채용에서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11.7%, 2024년 16.1%, 2025년 23.7%로 높아졌다. 신규채용 4명 중 1명가량이 50대 이상인 셈이다. 이들 대부분은 정년 이후 다시 채용된 숙련 재고용 인력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운영되는 계속고용 제도다. 선별적으로 재고용 제도를 활용하는 포스코 548명의 약 6배, 대한항공 178명의 약 19배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재고용 비율은 99%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재고용이 거부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본인이 재고용을 원하지 않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정년퇴직자 대부분이 다시 일할 기회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정년퇴직한 현대차 조합원이 2628명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년퇴직자 대부분이 다시 일할 기회를 얻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기조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오는 2032년까지 약 8년 동안 1만6325명이 정년퇴직할 예정이다. 2024년 말 기준 현대차 조합원 4만592명의 40.2%에 해당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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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40%가 8년 내 정년…20대 채용은 60% 급감=현대차의 고령층 재고용 규모는 계열사와 비교해도 큰 편이다. 현대모비스도 유사한 숙련 재고용 제도를 두고 있지만, 지난해 50대 이상 채용 인력은 532명 수준이었다. 심지어 이러한 재고용 혜택은 노조원들만 받을 수 있어 형평성 논란도 있다. 현대차 조합원들이 그룹 계열사는 물론 국내 주요 기업과 비교해도 특혜를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재고용 규모가 매년 늘면서 청년 채용은 크게 줄었다. 현대차의 20대 신규 채용 인력은 2021~2024년 1만3000~1만6000명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에는 5782명으로 급감했다. 1년 전보다 60.2% 감소했고, 2023년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전체 신규 채용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65.1%, 2024년 61.5%에서 지난해 40.6%로 낮아졌다.
▶재고용보다 3년 더·임금피크 조정도…노조 요구 속내=노조가 정년 연장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재고용 이후 줄어드는 임금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재고용은 정년퇴직 이후 계약직 형태로 최대 2년간 이어지는 구조다. 반면 노조가 요구하는 정년 연장은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동해 최대 65세까지 정규직 고용을 유지하자는 내용으로, 현행 재고용보다 근무 기간이 최대 3년 더 길다.
재고용은 1년 차 군필 초임 수준의 임금을 받는 반면, 정년 연장은 기존 정규직 신분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59세부터 적용되는 임금피크제에 대한 반발 심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년 연장이 이뤄질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을 늦추자는 논의로 이어질 수 있고, 늘어난 정년만큼 퇴직 후 재고용 기간도 추가로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정년 연장을 명분으로 파업까지 나선 상황을 두고 ‘정년 연장의 역설’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국내 최고 수준의 계속고용 혜택을 받는 기득권 노조가 정년 연장을 앞세워 추가적인 고용·임금 혜택을 요구하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그 사이 계속고용 확대가 청년 채용 여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이미 재고용 제도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어 정년 연장 자체의 충격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다”며 “문제는 정년 연장이나 재고용이 의무화될 경우 회사가 부적격 인력을 걸러내기 어려워지고, 청년층 신규 채용 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



